정·관계 로비 실체 드러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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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명의로 게임장을 운영해 7개월여 동안 9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이 1일 구속수감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사행성 게임기인 '황금성' 150대를 설치해 4억여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혐의(사행행위 처벌특례법 위반)로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41) 회장을 1일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병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씨가 게임장에서 거둔 수익 내역을 감추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다른 게임장 업주의 실형 선고 사례가 있어 도주 우려도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대구시 황금동에 '뉴월드 게임랜드'라는 게임장을 연 뒤 황금성 게임기 150대를 설치해 4억5000만원의 수익을 챙기는 등 사행행위 영업을 한 혐의다. 검찰은 메모리 연타와 예시 기능을 이용, 법정한도인 2만원을 초과해 최고 200만원까지 당첨되도록 한 게임기를 통해 김씨가 하루 평균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게임장의 명의상 주인인 한모씨와 수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한 뒤 자신의 처남과 측근을 대구로 보내 게임장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증거 인멸 시도와 관련, 김씨는 이날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컴퓨터 파일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체포 직전 아파트 36층에서 휴대전화와 휴대용 컴퓨터 메모리장치(USB) 등을 창 밖으로 던져 파손시켰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과정 등에서 벌어진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해 상품권 폐지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과 문화관광부 관료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로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황금성 제작업체에서 로비 대가로 게임기 200대를 받은 혐의(알선수재)는 일단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에서 제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검찰은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된 2004년 12월과 지정제로 바뀐 지난해 8월 사이의 문광위 속기록과 문화부 공문을 확보해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광위의 한 회의에서 김재홍(열린우리당).박형준(한나라당) 의원은 "사행성 게임도 게임의 범주에 넣고 게임산업진흥법 내에서 다뤄야 한다""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 업계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등 업계 쪽 입장을 반영한 주장을 했다. 김.박 의원은 지난해 9월 게임업협회 비용으로 미국에서 열린 게임 행사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검찰은 또 상품권 발행업체 19개 회사를 비롯해 선정 과정에서 경쟁한 60여 개 업체의 임직원을 불러 정.관계 로비 정황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일부 관계자로부터 "문광위 관계자에게 금품이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권기재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지분 참여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품권 발행업체 코윈솔루션의 최춘자(45.여) 대표를 재소환해 박모씨 등 전직 국세청 직원 세 명이 각각 1~2%의 지분을 보유한 경위를 캐물었다.

김종문.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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