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의 ‘금지옥엽’ 승엽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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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즌 잔류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인가.

요미우리에 ‘승짱 보호령’이 내려진 분위기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박빙의 상황에서 이승엽(30)을 과감하게 교체시키는 등 컨디션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승엽은 29일과 30일 히로시마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이틀 연속 교체됐다. 지난 24일 요코하마전을 포함하면 8월 들어서만 3번째 경기 중 교체다. 모두 왼쪽 무릎 통증을 감안해 휴식을 준 것이다.

이승엽은 지난 6월 7일 소프트뱅크전에서 마쓰나카의 타구에 맞아 손가락 부상을 입었지만 6월 8일 하루만 쉬고 이튿날(6월 9일) 선발 출전했다. 왼쪽 무릎과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있다지만 손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하룻만에 복귀한 것과 비교할 때 최근 연속 교체는 다른 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

교체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승엽은 30일 2-0으로 리드한 6회 1사 만루에서 3루에 있다가 대주자 사이토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아무리 앞서고 있고. 만루 찬스가 계속된다지만 4번 타자를 그 상황에서 교체한다는 것은 감독의 ‘배려’라고 볼 수밖에 없다.

24일 경기에선 한술 더 떴다. 3-3 동점이던 5회 볼넷을 골라나간 뒤 곧바로 교체됐다. 승부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바뀌었다. 다소 애매한 시점. 더구나 이승엽은 이전 타석에서 동점 3점 홈런을 쳤다. 요미우리는 이날 6-10으로 패했다.

이승엽이 4번 타자로 뛰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용병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용병을 ‘스켓토(돕는 사람)’라 부른다. 일종의 ‘소모품’이란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하라 감독의 ‘이승엽 챙기기’는 각별한 느낌을 준다. 하라 감독은 내년 시즌 우승을 위해 젊은 선수로 팀을 재편하면서 이승엽을 타선의 키플레이어로 꼽고 있다. 시즌 후 이승엽의 거취에 대해 “팀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헤아려 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 팬들로서는 메이저리그 진출과는 별개로 이승엽이 일본 최고 명문인 요미우리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자체가 흐뭇할 따름이다.

일간스포츠 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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