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미래 위해 안 간 것 … 더 묻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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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AS 로마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팀입니다. 축구 선수 입장이라면 당연히 가야겠지만 내 삶과 미래를 생각해 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S 로마 이적 직전에 철회(8월 31일자 25면)한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사진)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매우 모호하고 철학적인 얘기로 일관했다.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더욱 증폭됐다.

31일 오후 4시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영표는 "많은 생각을 했고, 고민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것들만 생각한다면 가는 게 당연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한 끝에 토트넘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언론에서 제기한 '종교적인 문제'에 대해 "전혀 아니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사인 ㈜지쎈의 김동국 대표는 "막판에 이영표가 생각을 바꾼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영표의 성격과 소신이 강하다'는 얘기를 하다가 '종교'라는 말이 나온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AS 로마나 토트넘 등 관련 구단과 팬에게 책임질 일은 없냐'는 질문에 "이적은 선수가 최종 사인해야 이뤄지는 것이다. 사인하기 전에는 얼마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을 '번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질문에는 "자연인 이영표로서 그런 사적인 것까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다만 나중에 팬들이 '이영표가 잘 판단했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동국 사장은 이영표의 인터뷰 전에 협상 결렬 과정을 설명했다. "모든 협상이 잘 진행되고 구두로 결론이 난 상태에서 이영표 선수에게 알렸고, 30일 오전 3시쯤 숙소로 들어와 잠자리에 누웠는데 이영표 선수가 전화를 해 '못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30분 정도 기자회견을 끝낸 뒤 대표선수들이 묵고 있는 그랜드힐튼 호텔로 향했다. 그는 "개인적인 삶과 꿈에 대해 자꾸 묻지 말아 달라. 나는 조용히 있는데 별 얘기가 다 들린다"며 자신의 말을 언론과 팬이 어떻게 해석할지 신경이 매우 쓰인다고 했다.

[폴앤톡]이영표의 이적 거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종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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