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In&out맛] 중국 가서 먹어본 딱 그 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중국음식 전문가인 신계숙(배화여대 중국어통번역과.사진 속 인물)교수는 "기존의 중국집 메뉴는 화교 스타일로 규정지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요즘 등장하는 중국집 음식은 본토의 새로운 맛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화교식 1세대 메뉴가 본토식 2세대 요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실제 1994년 한.중 수교 전에는 중국 본토의 음식 맛은 우리 땅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한 해에 300만 명이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보고 돌아온다. 누워있다가도 중국에서 먹은 음식 맛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신 교수가 꼽는 대표적인 신종 메뉴는 쓰촨(四川) 충칭(重慶)지역에서 즐기는 '훠궈(火鍋)', 시안(西安) 등 중국 서북 지역에서 인기있는 '양러우촨(羊肉串)', 상하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샤오룽바오(小籠包) '. 신 교수로부터 이들 음식의 특징과 맛집을 소개받았다.

정리=유지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1 훠궈(火鍋)

▶ 고춧물 육수에 '풍덩' 양고기 샤브샤브

훠궈는 끓는 육수에 양고기나 채소 등의 재료를 넣어 익으면 건져 소스에 찍어 먹는 충칭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충칭은 삼면이 해발 1000m 이상인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든 고갯길을 돌고 돌아야 한다. 기후는 아열대의 습윤한 기후로 더울 때는 44도까지 올라가는 불가마 날씨다. 그렇다 보니 이열치열 요리인 훠궈가 인기다. 거리에서 만나는 음식점도 한집 건너 한 집이 훠궈집일 정도다. 펄펄 끓는 육수는 온통 뻘건 고추와 기름으로 속이 보이지 않는다. 산초까지 들어있어, 나도 모르는 새 익은 재료와 산초를 함께 깨무는 날엔 입속에서 지뢰가 터진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산초가 숨어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먹는 게 요령이다. 훠궈전문점으론 불이아(弗二我)를 꼽는데 서울 홍대역 근처(02-335-6689)와 논현동(02-517-6689)에 있다. 청담동 뒤편에 자리 잡은 마오(02-514-8803)는 훠궈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메뉴가 늘어 탕수육 등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요리도 만든다. 여의도에 있는 중경신선로(02-3775-1688)에서 역시 정신없이 매운 훠궈의 맛을 즐길 수 있다.

2 샤오룽바오(小籠包)

▶ 만두 속 육즙이 끝내줘요

샤오룽바오는 한입에 쏘옥 들어가는 찐 교자다. 그렇다고 덥석 한입에 물었다간 입 안에 온통 화상을 입게 되니 주의할 것. 스푼을 받치고 한입 살짝 물어 껍질을 터뜨린 뒤 먹는 게 요령이다. 속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을 빨아들이며 먹기 시작하는데 맛이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열 개를 먹어도 돼지고기 냄새 등 잡내가 없고 느끼하지도 않다. 상하이의 인기 여행지 예원의 한쪽에는 하루 종일 일년 열두 달 족히 10m는 되게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식당이 하나 있다. 샤오룽바오의 대명사 격인 난샹만터우뎬(南翔饅頭店)이다. 서울에도 같은 점포가 생겼다. 청담동의 난시앙(02-3446-0874)이 바로 그곳. 얼마 전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02-3789-0874)에도 문을 열었다.

구반포에 있는 상하이델리(02-595-8832)는 채 열 평도 안 돼 보이는 작은 가게지만 샤오룽바오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신사동의 노독일처(02-517-4552)는 가격이 싼 게 매력. 명동의 딩타이펑(鼎泰豊.02-771-2783)에선 대만 스타일의 샤오룽바오를 맛볼 수 있다.

3 양러우촨(羊肉串)

▶ 6개월 미만 어린 양고기 구이

서울에서 유행하는 중국요리의 또 하나는 양러우촨. 양고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왕이 즐긴 팔진(八珍)에 사용되었을 만큼 고급 요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서부지역 신장(新疆)의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골목 어귀에서 양러우촨을 굽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신장의 양러우촨은 양고기 누린내가 없다. 신장의 한 음식점 주인에게 양고기 처리법을 물었더니 의외로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6개월 미만의 신선한 램을 구해 냉장고에서 일정 기간 숙성시킨 다음 직화로 구우면 누린내의 반이 없어지고, 그 과정 중 향신료 즈란과 마늘가루.후춧가루 등을 뿌리면 나머지 누린내도 말끔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에 산발적으로 양러우촨 집이 생기고 있는데 서울 교대역 근처의 신강(新疆.02-525-1349)이 다른 곳보다 앞서 양러우촨을 소개했다. 연남동 뒷골목의 연길양꼬치구이(02-323-1698)는 향료 맛은 옅은 반면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강해 양고기 냄새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