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추억] 이집트 소설가 마흐푸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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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장편소설 '게벨라위의 아이들(우리 동네 아이들)'로 1988년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이집트 소설가 나지브 마흐푸즈가 30일 이집트 경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95세.

마흐푸즈는 '광기의 속삭임(1938년)'을 비롯한 10여 권의 단편집과 30여 편의 소설, 그리고 자신의 소설을 각색한 30여 편의 시나리오를 펴냈다. 작품 대부분은 평범한 카이로 시민의 사실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상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 마흐푸즈 문학의 힘이다.

그는 이집트를 넘어 아랍권 전체에서 '정론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라크전 직전인 2002년 12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군사력이 아닌 정의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라"고 호소했으며, 올 2월 서구 언론의 마호메트 풍자만평과 관련해 "모든 무슬림들의 뺨을 때린 것과 같다"고 앞장서서 비난해 아랍권 자존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올 7월 병석에 눕기 전까지 카이로 나일 강변의 '카스르 알닐 카페'에서 젊은 작가.사상가.예술가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소설가 한수산 등과도 올 3월 만났다.

하지만 그에게도 힘든 일이 적지 않았다. 일부 이슬람 과격파들은 근대적 지식인인 그를 탐탁지 않게 봤다. 과격파들은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인 '게벨라위의 아이들'에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94년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959년 연재된 이 소설은 이집트 최고 권위의 이슬람 종교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에 의해 아직도 금서로 지정돼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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