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큰눈”… 강릉 마비/상가 철시상태 곳곳서 단전ㆍ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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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외부교통편 끊겨 귀성객 발 묶여
지난달 29일 밤부터 연나흘째 강릉지역에 쏟아지고 있는 폭설은 모든 도시기능을 마비상태로 몰아넣었다.
1일 오전8시 현재 1백31.8㎝의 눈이 내려 관측소개설 이래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설국을 이룬 강릉지역은 건물붕괴와 단전ㆍ단수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육로ㆍ항공ㆍ철로운행이 전면 중단되거나 통제돼 거의 고립상태다.
강릉지방은 31일 오후부터 남북방면을 잇는 국도교통이 끊겨 73개 시외버스노선 운행이 중단되고 대관령구간의 차량통제로 고속버스운행도 부분적으로만 이뤄져 외부와의 왕래가 어려운 처지다.
이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ㆍ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엔 설날연휴때 왔다가 폭설에 발이 묶인 귀성객ㆍ관광객들이 버스정상운행 재개를 기다리며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시가지에도 행인과 차량통행이 뚝 끊겼으며 상가도 철시상태다.
차량운행이 끊기자 변두리지역 주민들은 10∼20여리의 눈길을 걸어 시내로 가 생필품을 구입하는 곤욕을 겪고 있으며 직장인들은 지각사태를 빚고있다.
주민 최호길씨(45ㆍ강릉시 송정동)는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린 것은 난생 처음 본다』며 『벌써 사흘째 매일아침 10리길을 걸어 출근하느라 지각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폭설로 인해 주민들이 가장 피해를 겪는 것은 단전ㆍ전화불통사고.
송정동지역 7백40가구 주민들은 31일 오후10시쯤 폭설로 나무가 뽑히면서 2만2천9백볼트의 송전선로가 끊기는 바람에 2시간동안 정전,촛불로 불을 밝혔고 냉장고ㆍTV 등 가전제품을 가동못해 불편을 겪었다.
이같은 단전사고는 벌써 나흘째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주민들은 보일러를 가동못해 추위에 떨고 있다.
강릉전신전화국에는 폭설이 시작된 29일이후 3백여건의 전화불통사고가 신고접수됐다.
건물붕괴사고도 잇따라 31일에는 노암동공설운동장 본부석의 철근시멘트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교1동 강일여고 식당지붕이 내려앉았다.
또 이날오후 포남동 롤러스케이트장의 조립식건물 7백평이 전파됐으며 교1동 김상회씨(47)의 비닐하우스 3채가 붕괴,안에서 사육되던 닭 2백5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강릉시 장현동에 사는 농민 최모씨(52)는 『시설채소재배용 비닐하우스 3채가 눈에 부서져 5백여만원의 피해를 보았다』며 『어려운 농가살림이 더욱 부담을 받게 됐다』고 푸념했다.
폭설로 교통이 끊기자 각종 생필품반입이 안돼 시중 상가의 생필품값은 며칠새 최고 20% 뛰었으나 그나마 구하기도 힘들다.
한편 시내여관은 발이 묶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인접지인 주문진ㆍ동해지역은 물론 멀리 경북 울진에서까지 서울로 가려는 사람들이 강릉에 몰리고 있으나 버스운행이 안돼 발이 묶여 여관잠을 자야 하는 처지다.
영동지방에는 1일오전 현재도 계속 눈발이 내리고 앞으로 10㎝이상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기상대는 예보,강릉지역 주민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강릉=권혁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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