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수사」관행에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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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변호인접견이 제한된 상태에서 작찰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법원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한 것은 수사의 적법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법원에서 검사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는 변호인접견이 금지된 상태에서 작성됐다 하더라도 대부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해온 관행을 깨뜨린 것으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보호라는 차원에서 진일보 한것.
이 같은 법원의 판결취지는 징역7년·자격정지7년 이란 홍성담피고인 (35) 개인에 대한 선고량 보다는 다른 사건에 큰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피고인과 변호인간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어떤 경우에도 제한 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 라며 『1회 피의자 신문조서는 접견·교통권이 침해된 상태에서 작성되는 등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가 무시된 채 위법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홍피고인이 지난해 7월 31일 안기부에 연행된 뒤 수사를 받으면서 작성한 조서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았으나 검찰 작성조서가 배척됨으로써 안기부 수사과정은 같은 이유로 모두 배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씨는 지난해 8월3일 안기부에 의해 구속된 이래11일 변호인을 선임, 12일 변호인접견을 신청했으나 수사상의 이유 등으로 허가되지 않자 접견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준항고를 냈으며 같은달 24일 법원은 준항고를 받아들여 변호인접견 허가를 결정한바 있다.
결국 재판부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변호인 접견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검찰에서 작성된 제1회 피의자 신문조서를 무효라고 판단하고 접견이 이루어진 이후인 같은해 8월25일부터 9월28일 사이 17회에 걸쳐 작성한 신문조서만 증거로 삼아 나머지 공소사실의 국가보안법상회합·간첩혐의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해 소위 「공안정국」을 거치면서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단과 검찰 등 수사당국측은 변호인 접견권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 왔으며 지난해 9월 검찰이 변호인접견을 제한하는 조항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국가보안법 개정안 마련 작업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재야법조계등과 심각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부식씨 등의 변호인단이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상대로 변호인접견·교통권 침해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내 현재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계류중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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