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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릇에 가득 전통의 맛과 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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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려 청자의 색과 멋을 현대 디자인에 접목시킨 이윤신씨의 ‘식탁 차림’.

조선 전기 관요 백자의 정갈함과 후기 백자의 양감을 되살린 이기조씨의 ‘반상 차림’.

하루 세 때 밥상을 차리고 받는다. 당연한 일이어서 무심하다. 하지만 생명이 곧 '밥'이라고 생각하면 상차림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끼니 잇기가 목숨을 누리고 잇는 근본이라 본 우리 조상은 음식을 그릇에 담아 상 차리는 일을 제례처럼 여겼다. 이런 마음가짐 덕에 음식기(飮食器)가 발달했다. 아름다운 전통은 일제강점기 이후 서양 식기가 들어오면서 잊혀져 갔다. 옛 그릇의 멋을 살릴 수는 없을까.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 마을에서 한 상 잘 차렸다는 소식이 와 건너갔다.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 안국동 한옥 대문을 밀고 들어서니 고운 빛 목기가 다소곳이 늘어섰다. 물병, 찬합, 과기가 한 폭 그림 같다. 나뭇결을 살려 깎아 만든 자태가 곱다. 단순하고 담백한 나무 그릇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풍성하다. 먹을거리를 나누며 그릇을 어루만졌을 옛 어른 손길이 느껴진다.

2004년 '쓰개'전, 2005년 '목공예'전에 이어 '아름지기'가 개최하는 '생활 속의 아름다움-우리 그릇과 상차림'은 음식기의 대물림을 시도하는 전시다. '한때 좋았다더라'고 손만 빨고 끝나지 않는다. 현대 장인이 그 정신을 되살려 만든 오늘의 그릇을 선보인다.

대청마루에 오르니 '돌상차림'이 소담하다. 태어나 한 돌을 맞은 아기의 무병장수를 빌고 축하 손님과 나누려는 각종 음식과 물건이 많기도 하다. 쌀.국수.백설기.수수팥떡에 돈.활.붓.꽃떡.명주실 등 돌잡이 물품이 추억을 불러온다. 안방에 정갈하게 놓인 반상차림은 순백자가 풍기는 그윽함이 음식맛을 돋운다. 도예가 이기조(47)씨가 빚은 그릇이다. 조선시대의 7첩 반상을 재현한 사발.대접.보시기.접시.종지가 깔끔하다. 장식 없는 단색조 우리 그릇은 '꾸밈없는 꾸밈'으로 눈부시다.

작은 방에는 '차상 차림'이 손을 맞는다. 민영기(59)씨가 30여 년 연구로 되살린 조선시대 다완이 나왔다. 일본인이 최고 차 그릇으로 꼽는 전통 막사발의 명성을 잇는 다완이다. 16세기 지방 가마 사발의 순후한 정취를 살리려는 현대 도공의 손맛이 차 향기로 피어오른다.

고려 청자의 비색으로 현대 식탁을 꾸민 이는 도예가 이윤신(47)씨다. 전통 청자 제작기법을 따르면서도 현대 디자인을 접목해 기품 넘치면서도 산뜻하다. 나뭇잎 모양 청자 접시에 올록볼록 청자 그릇이 미술품 저리가라다.

미술사가인 나선화(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 상임이사)씨는 "우리 식생활문화를 보다 규모 있고 기품 있게 가꾸어 가는 데 바른 길을 밝혀주는 전시"라고 평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정민자 '아름지기' 고문이 이끄는 '해설이 있는 전시 관람'이 9월 6.13.2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02-741-8374.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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