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예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의 뒷골목을 걷다보면 우리네 미장원 만큼 흔히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착부교실」-. 착부(기쓰케)란 일본어로 「옷을 바르게 입는 법」이란 뜻이다. 따라서 「착부교실」은 일본여인들이 그네들의 전통의상인 기모노 바로입기를 교습받는 곳이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그 강습소의 선생은 꽃꽂이사범같이 일정한 수련과정을 거친 자격증을 가져야 한다.
일본인들의 자기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은 거의 신앙에 가깝다. 그러나 자부심만 가지고 전통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가꾸고 지키려는 엄격함과 철저함이 따라야 한다.
27일은 우리의 고유명절인 「설날」이다. 더구나 올해는 이틀연휴에다 일요일까지 겹쳐 사흘 동안 느긋하게 설을 쇠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해보다 10%나 많은 2천만명의 인파가 고향을 찾아가거나 혹은 가족끼리 나들이를 하는 모양이다. 겨레의 명절을 이처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다시 찾은 설날을 조상에게 차례지내고 웃어른들에게 세배하는 것만으로 끝낸다면 어딘가 허전한 감이 든다. 구정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신정을 쇨 때도 차례는 지냈고 세배는 했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을 정말 설날답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얼핏 생각할 수 있는 게 잊혀졌던 각종 민속놀이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현존하는 민속놀이 2백여 종 가운데 60%가 설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연날리기,널뛰기,팽이돌리기,제기차기,쥐불놀이,윷놀이,놋다리밟기,지신밟기 등…. 이런 정다운 놀이들을 다시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게 설날에 한복입기다. 우리의 설날풍속 중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은 어린 시절 「때때옷」 입고 어른들에게 세배하던 추억이다. 그 한복을 어른이 되면서 멀리한다.
우리의 한복은 나이에 따라 색깔에 차이를 두고 입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어릴 때부터 처녀 때까지는 분홍치마에 노랑저고리,결혼하여 새댁이 되면 자주치마,그리고 엄마가 되면 남치마를 입었다. 또 깃과 고름을 자주색으로 대어 입으면 자식과 남편이 있다는 표시였다.
얼마나 멋과 슬기가 담긴 옷인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