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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감독들 영화제작 ″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진급 영화감독들의 작품활동이 활발해졌다.
「영화공장 서울」「청기사그룹」「새빛영화제작소」등 젊은 그룹들의 탈 충무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진들이 잇따라 메가폰을 다시 잡고 있다.
이들이 침묵하는 동안 영화계는 유영진·박철수·장선우·장길수·강우석감독 등 30대가 주축을 이뤄왔었다.
현재 작품제작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인 중진들은 김수용·김호선·이장호·석내명·임권택·배창호 감독 등이며 고영남 감독은 최근 히로뽕문제를 다룬 『코리언 커넥션』을 완성했다.
김수용 감독이 3년6개월만에 연출을 맡은 작품은 정도상 원작의 『아메리카 드림』.
김 감독은 86년8월 중광스님의 속세에서의 삶을 그린『허튼 소리』가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에서12곳이나 삭제되자 이에 항의, 감독 은퇴를 선언했었다.
김 감독은 은퇴 선언 후 80년부터 봉직해온 청주대에서 후진 양성에 전념해왔는데 은퇴선언은 조금 극단적인 항의의 표현이었다고.
『아메리카 드림』은 한국고아를 입양한 미국인 부부가 시한부인생을 사는 자신들의 친자식을 위해 입양아의 심장을 떼 내 이식수술 한다는 이야기로 인권을 앞세우는 미국의 뒷면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2월 초순 미국 현지로케를 시작으로 크랭크인 한다.
지난해 『서울 무지개』로 26만여 관객을 동원했던 김호선 감독은 1년여만의 침묵을 깨고 이 달 중순『미친 사랑의 노래』연출에 들어갔다.
지난해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 입선작인이 작품은 한 여인이 월남전 참전 후 15년간 생사를 알 길이 없는 한 남자를 기다리면서 겪는 고독과 갈등을 담은 것이다.
전쟁의 반역사성 고발도 함께 하면서 인간의 집념, 순애의 극단적 형태를 그릴 예정이다.
지난해 『미스 코뿔소 미스터 코란도』란 청소년 물을 내놓았던 이장호 감독은 한국적 어머니상의 변천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릴 『어머니』를 준비중이다.
현재 영화사 측과 제작을 협의중인『어머니』는 일제·한국전쟁, 그리고 80년대 광주항쟁에 이르면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장 절절히 체험해온 한국 어머니의 용기와 정신사적 궤적을 쫓게 된다.
이 감독은 영상에 역사성을 입히기 위해 일제시기는 흑백으로, 한국전쟁전후는 모노크롬으로, 광주 등 현대시기는 컬러로 구상하고 있다.
70년대 고교 물로 인기를 끌었던 석내명 감독은 당시의 콤비 배우였던 김정훈을 내세워 멜러물 『홀로서는 그날에』를 찍고있다.
김정훈의 첫 성인 역이기도 한 이 영화에는 송승환·하화라 등 아역출신들이 주요 배역을 맡아 이색적이다.
한편 배창호 감독은 3년여만에 이광수 원작의 시대물『꿈』을 영상화해 인간의 물질적 욕망의 부질없음을 그리게 되고, 임권택 감독은 한국 현대사의 특이한 인물인 김두한의 소년기를 담은 『장군의 아들』을 한창 찍고 있다.
『장군의 아들』은 오는5월 열리는 칸영화제 주최측으로부터 초청 경쟁 작으로 선정돼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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