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풀려도 증권사엔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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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권업계에는 감원 바람이 차갑게 불고 있다.

금융사 간의 고유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수익증권 판매량 등이 줄고 있고, 위탁 수수료 수입도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지점 폐쇄나 명예퇴직.사옥 매각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줄어드는 증권사 수익=삼성.대우.LG.현대.대신.굿모닝신한.동원 등 7개 대형증권사의 수익증권 판매잔액은 8월 말 현재 47조원으로 지난 2월에 비해 17.6%나 급감했다. 증권사의 수익증권 취급 수수료율도 계속 낮아져 2001년 0.9%였던 것이 지난해 0.6%로 줄어든데 이어 올 6월에는 0.4%수준까지 추락했다. 반면 은행권의 수익증권 판매 비중은 2001년 12월에 10%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 8월 말에는 17%에 이르고 있다.

개인들이 증시를 외면함에 따라 증권사의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거래량이 급감함에 따라 올 3분기 중 위탁수수료 수입이 전 분기에 비해 약 20~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입의 절반이 넘는 위탁수수료 수입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증권사의 온라인 주문 정액제 실시를 계기로 제살깎기식 수수료 인하 경쟁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증권사에 부는 감원 바람=영업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자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지점을 폐쇄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현대증권은 차장과 부장급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50명 정도가 명예퇴직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 한화증권은 20여명의 신청자를 받았다. 세종증권은 지점 수를 20%가량 축소할 계획이고 신흥증권도 20개 지점 중 3개 를 폐쇄할 계획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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