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교수<중앙대·현대무용가>|여름 한강서 춤잔치 한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삭막한 거대도시의 시민들이 한 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히면서 자연의 신비와 예술의 향기를 가슴 가득히 채울 수 있는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 아무튼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질 이 야외무용잔치가 서울시민들에게 색다른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는「뜻밖의 행운」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별러온 일을 마침내 해낼 수 있게 됐다는 설렘 속에서 남다른 기대와 의욕으로 새해를 맞은 현대무용가 이정희 교수(43·중앙대). 오는8월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동안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계속될 제1회 서울한강댄스 페스티벌에는 자신이 이끄는 이정희 무용단을 비롯, 김복희·김화숙 무용단, 남정호 무용단, 박명숙 서울현대무용단, 조은미 무용단 등 한국의 대표적인 9개 현대무용단체가 참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큰 잔치를 위한 무대배경은 한강변의 가로등과 건물의 불빛이 어리는 한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대형가설무대와 4개의 조명 탑을 설치해 좀더 많은 시민들이 본격적인 야외공연을 즐기도록 할 계획이다. 또 1천개 가량의 이동식 의자까지 준비해 관객들이 편안한 자세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춤잔치는 그가 회장을 맡고있는 한국 현대 춤 협회와 한국방송공사가 공동주최 할 예정으로 3개조로 나뉜 무용단체들이 각각 20분 짜리 작품들을 이틀씩 선보인다.
『평소 무용공연, 특히 현대무용공연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일반 시민들에게 현대 춤이 결코 어렵거나 골치 아픈 게 아니라 쉽고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해줄 생각입니다. 이런 식으로 무용관객의 저변이 확대된다면 무용인들 만의 행사가 되기 심상인 무용공연장에 일반무용관객을 불러모아야 한다는 한국무용 계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요. 서울시민들의 문화의식도 높일 수 있을 테고…. 이렇게 몇 해쯤 거듭하다가 차츰 국내 무용단체 뿐 아니라 외국의 우수한 무용단체들도 두루 참가하는 세계적 행사로 발전시켜 매년 여름 서울 시민들이 고대하는 춤잔치로 정착시켜 보겠어요.』
그의 이 같은 계획은 지난 84년부터「거리의 춤」이란 한국 최초의 야외무용공연을 시작한 이래 아파트단지·덕수궁·여의도광장·교회옥상·대학교정 등 콘크리트바닥이나 잔디 위에서 각양각색의 관객들과 만나는 기쁨과 보람을 맛보면서 키워온「꿈」이다.
지난 80년 미국에서 돌아온 뒤 민족분단과 현대인의 소외 등의 문제점을 담아 군무형식으로 발표해온『살풀이』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만드는 것도 올해 그가 해내야 할 큰일 가운데 하나.
이밖에도 현대 춤 작가 12인 전, 신인발표회, 현대 춤 경연대회, 오픈 모던 댄스 등 공연 일정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