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말 골퍼보다 못한 프로 선수 '기가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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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여자프로골프 레이크힐스 클래식이 열린 25일 제주 레이크힐스 골프장.

벙커는 발자국 투성이였다. 벙커에 들어갔던 선수들이 아예 모래 정리를 하지 않았거나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 정리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초청 선수로 참가한 한희원(휠라코리아)은 "벙커 정리가 되지 않아 깜짝 놀랐다. 다음 선수의 공이 발자국에 파묻혀 낭패를 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혀를 찼다. 실제 LPGA의 크리스티나 김(김초롱)은 벙커 발자국에 공이 빠지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했다.

규칙을 잘 모르는 선수도 많았다. 스윙이 모래함에 걸리게 된 한 선수는 경기위원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바람에 경기가 20여 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인공 장애물에 스윙이 걸리면 무벌타 드롭을 한다'는 룰을 몰랐거나 무시했던 탓이다.

공이 OB구역 밖으로 나가거나 깊은 러프에 빠졌을 경우 잠정구를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한참 공을 찾다가 티잉그라운드로 돌아와 다시 티샷을 하는 선수도 여럿 보였다.

경기가 지연된다고 투정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어드레스를 했다가 다시 풀기를 반복하는 선수, 샷한 후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선수도 태반이었다.

KLPGA는 올 초부터 프로암 대회에 자신의 캐디를 동반하지 못하도록 하는 황당한 규정을 만들었다. 스폰서 측이 초청한 아마추어들과 동반 라운드하면서 조언도 해주고, 즐겁게 골프를 즐기라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 프로암인데 선수들이 캐디들과 자신의 라운드 전략을 짜는 데만 골몰해 만든 고육책이라고 한다. 이 규정을 만든 이후에도 프로암에 참가한 아마추어들은 "선수가 틈만 나면 카트에 앉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화할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이 그치지 않는다. 세계 정상의 한국 여자 프로골프지만 매너는 아직 낙제점이었다.

제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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