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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건강] 여름에 손상된 머리카락 가을이면 우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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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낙엽만 떨어지는 계절이 아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고난 베갯잇에 붙어있는 머리칼 수가 부쩍 늘어난다. 탈모(脫毛)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여름에 과도한 자외선 노출, 땀.먼지 등 노폐물에 시달려온 두피(頭皮)에 각질층이 형성돼 다른 계절보다 머리칼이 더 많이 빠지게 된다. 건조한 가을엔 세수한 뒤 얼굴에 하얀 각질이 생긴다. 이런 현상이 머리에서 일어난다고 상상하면 '가을=탈모'라는 등식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 분비도 가을에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남성호르몬은 머리칼의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에너지의 생성을 방해, 모근(毛根)을 에너지 부족 상태로 만든다.

강북삼성병원이 지난 1년간 머리숱이 적은 남성 27명을 두 달 간격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월의 1㎠당 뒤쪽 머리칼 수가 1백37개로 다른 달 평균(1백40개)보다 적었다. 또 아주대병원이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피부과 외래를 찾은 탈모증 환자들(1천5백85명)의 월별 분포를 조사한 결과도 가을이 '털갈이의 계절'임을 뒷받침한다. 탈모 환자 수는 봄(3~5월)에 가장 적었고, 여름(7.8월)과 가을(10.11월)에 가장 많았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윤경한 교수는 "정상 머리칼은 생장기(2~6년) 동안 계속 자라다가 퇴행기.휴지기(3~4개월)를 거친 후 빠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생장기 머리칼이 자라난다"며 "여름에 극심한 손상을 받은 머리칼은 바로 빠지지만, 이보다 손상을 덜 받은 머리칼은 그 후 3~4개월에 걸쳐 빠진다"고 설명했다. 머리칼의 손상은 주로 여름에 이뤄지나 실제 탈모는 가을에 많이 일어난다는 것.

탈모 자가 진단법=한국인의 평균 머리칼 수는 서양인 평균(약 10만 개)보다 적은 6만~7만개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은 하루 50~60개의 머리칼이 빠진다. 1백 개 이상 빠지면 탈모증으로 진단된다. 경희대병원에 따르면 한국 남성(조사 대상 5천여명)의 14%가 탈모 증상을 보인다. 20~30대 탈모환자는 4% 이하이나 40대부터 환자 비율이 두자릿수로 늘어난다.

가을철 탈모 예방하려면=가장 중요한 건 두피를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칼이 많이 빠진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 샴푸할 때 빠지는 머리칼은 감지 않아도 며칠 있으면 자연히 빠지는 것들이다. 미지근한 물로 머리를 감고, 두피 마사지나 브러싱을 적당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두피의 노폐물.비듬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준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동윤 교수는 "머리칼도 신체의 일부분이므로 몸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며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결핍,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탈모를 유발하므로 평소 스트레스를 덜 받고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찬바람이 분다고 해서 사무실이나 집안에만 있지 말고 야외활동을 많이 해 우리 몸이 필요한 일조량을 넉넉히 받는 것도 중요하다. 탈모 부위를 가리려고 모자나 가발을 쓰면 머리 속 공기 순환이 잘 안되고 피부에 자극을 줘 두피가 짓무르기 쉽다. 자연히 머리칼도 더 많이 빠진다.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계영철 교수는 "머리칼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소플라본이 많은 콩과 두부, 카테친이 많이 든 녹차를 즐기는 것도 탈모 방지에 좋다"며 "조개.새우 등 해산물, 밤.호두 등 견과류, 꿀 등은 두피와 머리칼에 단백질과 비타민E 등 영양을 공급해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동물성 지방은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탈모 치료법=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탈모는 조기발견.치료가 치료 성패의 관건"이며 "탈모가 확인되면 비듬치료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듬 때문에 가려워 머리를 긁으면 머리칼이 더 많이 빠진다는 것.

가장 흔히 쓰이는 탈모 치료법은 약물요법. 수많은 약들이 나와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효과.안전성을 보장받은 것은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뿐이다.

미녹시딜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머리에 바르는 약이다. 머리칼의 성장기를 연장하고 머리칼을 굵게 하는 효과가 있다. 비용은 월 2만원 내외. 그러나 바르고 난 뒤 기름기가 번들거리고 머리가 달라붙는 등 미용상의 문제가 따른다.

프로페시아는 먹는 탈모 치료제다. 복용하면 3~4개월 후부터 머리칼이 굵어지고 탈모가 개선된다.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데 약값은 월 6만원선. 이 약 복용 후 1백명 중 2명 꼴로 성욕 감퇴.발기력 저하.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약을 끊으면 부작용은 사라진다. 두 약 모두 평생 계속 바르거나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일러스트=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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