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코오롱 노조의 아름다운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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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강성 노조의 대명사였던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가 머리띠를 풀고 회사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노조는 '노사가 하나 되어 시민이 사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그동안 끼친 걱정 더 큰 도약으로 보답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회사와 손을 잡았다.

코오롱 노조의 변신이 아름다운 이유는 1988년 노조 설립 이후 주기적으로 파업을 벌일 정도로 강성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64일 파업-직장폐쇄에 이어 회사가 49명을 정리해고하자 조합원들은 사무실 점거, 코오롱 그룹 회장 집 무단 침입 등의 불법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노조를 바꿔 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노조원들이다. 강경 투쟁으로는 얻을 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난달 노조원들은 노사 상생을 기치로 내건 새 위원장을 90%의 지지로 당선시켰다.

노조는 그간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점을 주민들에게 사과했고 노사상생 봉사단을 만들고 전임자를 9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노조 간부들이 자사 제품을 쓰는 회사를 돌며 "앞으로 파업도 안 하고 최고 품질로 보답하겠다. 납기일도 반드시 지키겠다"며 납품 물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홍열 노조위원장은 "투쟁만 잘하면 임금이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수익이 줄면서 몸집 줄이기로 이어졌다. 조합원들이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3500명이던 조합원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고 이제 812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강경 투쟁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골리앗 크레인 농성으로 유명한, 강성 노동운동의 원조 격이었던 현대중공업의 변신을 보라. 이 회사는 12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전경 어머니가 감동받아 노조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 산업 현장에는 현대자동차 등 강성 노조가 아직도 즐비하다. 이들은 코오롱 김 위원장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월급 받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알게 됐습니다. 투쟁 대신 화합해야 이익을 내고 임금이 오르고, 이게 고용 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