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본선 '와일드 카드' 서봉수 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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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봉수(사진) 9단이 주최 측'와일드 카드'로 지명되어 32강이 겨루는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본선에 출전하게 됐다. 일종의 초청 케이스, 또는 무임승차라 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엔 지난 10년 동안 한.중.일 3국의 흘러간 스타들이 지명되어 왔다. 우주류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 '이중허리' 린하이펑(林海峯) 9단, 중국 바둑협회 주석으로 중국 현대바둑 1세대 고수였던 천쭈더(陳祖德) 9단, 녜웨이핑(衛平) 9단, 한국의 김인 9단, 조치훈 9단 등이 그들이다. 2004년 와일드카드였던 조치훈은 그해 우승을 따내는 대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봉수 9단은 세계바둑계에서 응씨배 우승, 진로배 9연승 등 불후의 업적을 남겼고 국내 바둑사에서도 19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15년간 이어진 '조서(曺徐)시대'의 주역으로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기사다. 그러나 서 9단은 소박하고 무심한 성품 때문인지 업적에 비해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당연히 '특혜' 대상으로 거론된 적은 거의 없다. 이번에도 와일드카드는 대만 최고수 저우준쉰(周俊勳) 9단으로 거의 결정됐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와일드카드란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다. 시드도 받을 수 없고 예선도 통과하기 힘든, 소위'한물 갔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서 9단은 이번 통합예선전 2회전에서 탈락했다).

서봉수 9단은 "내 마지막 꿈은 딱 한 번 더 우승하는 것이다. 세계대회가 어렵다면 국내대회라도 좋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국내랭킹에서조차 35위로 밀려버린 지금도 그는 이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번은 세계대회다. 그 옛날 중국.일본 대표들에게 9연승을 거두던 토종 서봉수의 괴력을 되살릴 수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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