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1년 성적표 낙제점 겨우 면해/헤리티지재단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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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철학없는 지도자” 혹평/퀘일은 “기대 이상의 역할” A학점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1년 성적표가 좋지 않다. 최근 워싱턴의 정책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은 보수계 지도자 다수에게 부시 평가작업을 의뢰했다.
의외로 댄 퀘일 부통령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A학점을 받은 데 비해 부시 대통령은 한사람으로부터도 A를 받지 못했다.
진보적 성향의 케이포 연구소의 에드워드 크레인 소장은 부시의 성적이 F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며 D로 평가했다.
국내 정책부문에 허약하다고 지적했다. 부시 자신이 비전이 모자라고 철학이 없기 때문에 내각을 테크너크랫으로 충원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동구사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낙제점 F감이었다는 것이다.
공공정책 연구소의 에이미 모리츠 상임이사는 『부시는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모르고 있다』며 C마이너스 점수를 주었다.
『부시는 비전이 없이 사건에 대해 본능적인 반응을 보일 뿐』이라고 꼬집은 그는 부시의 반응이라는 것도 상반되는 견해들 사이를 적절히 갈라 그 가운데에 서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선거공약대로 『친절하고 점잖을는지는 몰라도 이것이 지도력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만약 부시가 빨리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워싱턴의 정치권력은 보다 빠른 속도로 의회쪽으로 넘어간다고 그는 경고했다.
작년 선거때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섰고 지금은 미 기독교방송 책임자인 패프 로버트슨 목사는 부시에게 다소 후하게 B점수를 주기는했지만 창의력이 부족한 지도자라는 아쉬움을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부시에게는 「정신적 무게중심」이 모자란다고 그는 지적했다.
레이건 전대통령이 강간사건이 연발하는 속에서도 낙태수술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뚝심을 보임으로써 성공적인 대통령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던데 반해 부시는 『선량하고 점잖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공화당 행정부내 보수파의 대변자 역을 맡고있는 인물에 대한 보수계 지도자들의 평가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 하더라도 퀘일 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호평은 미디어에 비쳐온 평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고 의외의 일이었다.
『기자들은 퀘일과 회견할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싶어하는 게 아니라 부시와의 이견,실언,지나치게 보수적인 측면들을 찾아내는 게 주목적』이라고 퀘일에게 가해지고 있는 압력을 설명한 모리츠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퀘일은 훌륭하게 처신했다고 A를 주었다.
퀘일은 국가정책수립 과정에 소외되지 않고 있고 자신의 정책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됐다.
헤리티지 재단의 버튼 파인부 소장은 퀘일이 비전과 결의,전략감각을 갖추었고 해외여행을 성공적으로 해왔고 참모들이 훌륭하다며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자유의회 재단이란 단체를 맡고있는 폴 웨이리크씨는 퀘일이 행정부내 보수적 입장을 매우 효과적으로 대변했고 의회쪽 보수파들과의 거중역할을 잘해냈다며 A를 주었다.
주요 각료중 체니 국방장관이 좋은 성적을 받은데 비해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수준미달의 학점이다. 베를린 변화 등 동구사태에 대응책이 없고, 파나마에 쿠데타를 부추겼지만 막상 쿠데타 기도때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비난한 모리츠는 베이커가 갖고 있는 트럼프 카드는 헛껍데기라고 D마이너스의 점수를 주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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