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확산에 총력전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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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군의 돈 많고 건장한 젊은이들이 마약상용의 환각상태에서 환락에 빠져 지내다가 쇠고랑을 차게 된 사건은 우리 사회 한구석의 퇴폐적 병리현상의 거듭되는 드러남이라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비중을 점하고 있는 제2세 기업인이며 일류급 패션모델이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된 행동거지가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70년대에 겨우 1백명선에 미치지 못했던 마약 상용 인구가 재작년에는 3천명을 훨씬 상회할 만큼 80년대들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소득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그것도 열심히 일하는 계층보다는 무위도식하는 자(40.6%)나 성인 취급은 받으나 철이 덜든 20대(47%)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으니 금전적 여유와 무모함이 유죄인 것 같다.
특히 이번 마약사건이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없었던 코카인이나 LSD등 강력한 신품종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재래의 대마초나 히로뽕보다 환각상태가 심하고 지속시간이 몇배나 길기 때문에 이로인한 해독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의 파멸은 물론 범죄 유발요인이 그만큼 높아지고 결국 사회불안등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계와 제재를 요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마약의 상용은 그들에게서 태어나는 제2세에게도 유전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의 연구는 마약 상용자인 여인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극도의 미숙아이거나 장애아인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른바 마약 베이비 수가 뉴욕시 경우만 해도 지난 86년부터 87년사이에 배로 늘었으며 작년에는 4천9백여건에 이르리라 추정된다고 한다.
미국이 남의 나라 주권을 무시하면서까지 파나마를 침공해 그 나라 대통령을 붙잡아 법정에 세우는 것도,콜롬비아 해안을 봉쇄하는 것도 마약 반입로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마약전쟁인 것이다.
미국이 그런 무리한 수단을 쓰는 것은 마약의 확산이 사회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세의 무기력을 폭넓게 조장함으로써 국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국민적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지경에 이른 남의 나라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은 통어가 가능한 수준에 있는 우리 사회의 마약풍조를 뿌리뽑아야 된다는 절박한 필요를 느껴야 된다.
우리도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마약에 대항하는 국민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우리 마약의 개인적ㆍ사회적 해독과 해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계몽이 절실하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시적인 쾌락을 탐하다가 빠지게 되는 마약의 수렁이 얼마나 무섭고 파괴적인가에 대한 국민 각자의 인식을 높여줘야 한다.
마약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사법 공조체제에 적극 가담하여 마약원료의 유통 통제나 정보 교환ㆍ수사요원 교육 등에 힘써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마약수사요원을 확충하고 수사장비도 현대화해야 한다.
마약사범은 급증하는데 수사요원ㆍ장비가 이어 뒤따르지 못한다면 마약단속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마약사범 단속과 함께 이미 수렁에 빠진 마약환자들의 수용과 치료,재활을 위한 체제도 동시에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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