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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피부' 아줌마 최은경 아나운서, 80억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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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딱딱한 뉴스 화면에서 벗어나 각종 교양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까지. 최근 여자 아나운서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정장을 버리고 보다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발휘하는 그녀들은 시청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 ‘아나운서=뉴스 앵커’라는 의미는 옛말이 된 듯하다. 1995년 KBS에 입사해 2002년 프리를 선언한 최은경(33) 아나운서는 ‘통통 튀는 아나운서’의 원조 격이다. 화려한 의상, 재치 있는 말솜씨와 획일적이지 않은 진행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며 ‘아나운서=단아함’의 이미지를 단번에 깨뜨렸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통통 튀는 아나운서’ ‘연예인 같은 아나운서’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런 그가 지난해에는 홈쇼핑 채널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제닉이라는 마스크팩 전문 제조업체와 손잡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최은경의 코엔자임 Q10 팩’을 출시, 새로운 사업가로 모습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CJ홈쇼핑을 통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7개월간 홈쇼핑 매출 80억원

출발은 ‘성공적’이란 평이다. ‘최은경의 코엔자임 Q10 팩’은 첫 방송 당시 주문 접수 기준으로, 1시간에 2억7000만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또 올 상반기 매출을 집계한 결과 6만5000세트가 판매됐다.

첫 방송 이후 7개월 동안 올린 매출액이 80억원에 달한다. 매달 평균 3회 방송으로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셈. 이·미용품의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다른 제품에 비해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홈쇼핑에서도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CJ홈쇼핑 측은 초기엔 스타 마케팅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매출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간편한 사용법과 미용 효과가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엔자임 Q10’은 지난해 대한민국 화장품 및 의약품 업계에서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항산화 물질을 사용한 제품. 이 물질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제품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업 파트너로 최은경 아나운서를 ‘낙점’했다. 피부 탄력을 찾아준다는 코엔자임 성분과 ‘통통’ ‘탱탱’이란 최은경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고, 아나운서의 지적인 이미지가 제품의 신뢰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사업 제의를 했던 것.

최은경 아나운서는 “2005년 초 방송 때문에 일본에 갔다가 코엔자임 Q10 제품을 먼저 알게 됐다”며 “한국에도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파트너 제의가 들어와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사업이라는 생소한 분야인데 고민이 없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역시나 예의 ‘통통 튀는’ 대답이 돌아온다. “고민이 없지는 않았죠. 단지 관심분야였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짧았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간장게장 사업 파트너 제안이었다면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었겠죠. 제 이미지와 좀 거리가 있잖아요. 아닌가요?”(웃음)

장업(粧業)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벤처기업이 제조를 맡았다는 것도 그가 결심을 굳힌 이유다. ㈜제닉은 국내외 유명 화장품 회사에 OEM으로 마스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스크’ 개발로 2005년 장영실상과 산업자원부가 인증하는 세계일류상품 인증서를 획득하기도 했었다. 영국·미국 등 해외 1400여 개 대형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뉴제닉’ 브랜드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은경 아나운서의 역할은 뭘까? 주된 역할은 홍보와 마케팅이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아이디어 뱅크다.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모니터링까지 공동사업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은경의 코엔자임 Q10’이란 상표권 역시 그의 소유다. 그는 월급이 아닌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익’으로 받고 있다.

목 주름 예방 제품 아이디어도 내

7월부터 새로 판매된 업그레이드 제품에는 최 아나운서의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얼굴 전체를 커버하는 마스크 시트, 눈 밑을 집중 관리하는 아이(eye)패치, 목주름을 관리하는 넥(neck)패치, 주름과 미백 기능을 강화한 다기능 에센스 등이 ‘최은경의 코엔자임 Q10 팩’의 주된 구성인데 넥패치가 바로 그의 아이디어다. 새로이 추가된 제품 구성이다.

“저는 평소 목에 신경을 많이 써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바로 목주름이잖아요. 한 번 생긴 목주름은 좀처럼 없애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필수죠. 세안 후 얼굴과 손·목에도 피부 탄력을 돕는 기능성 화장품을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가끔은 저도 귀찮아서 넘어가기 일쑤죠.”
‘얼굴 팩을 하면서 목을 관리해 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더니 회의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고, 결국 최종 제품 구성에 포함됐다.

“화장품업계에는 남자들이 많아요. 물론 전문가들이죠. 하지만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놓치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인들에게 제품을 나눠주고 모니터링도 꼼꼼히 하면서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제품 평이 단순하잖아요. ‘만족’ ‘불만족’ 같은 간단한 답변이 다수예요. 그런 글은 사실 도움이 안 되죠. 친구들을 통해 ‘시트의 절개 부분이 불편하다’ ‘사이즈를 좀 더 크게 해 달라’ ‘흡수가 잘 돼 좋다’ 같은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어 훨씬 도움이 되죠. 최근에는 입소문이 났는지 ‘나, 그거 샀어’라는 전화를 많이 받아요. 기분이 정말 좋죠.”

하지만 누구보다 확실한 모니터 요원은 최은경 아나운서 자신이다. 바쁜 방송 스케줄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피부관리숍을 이용할 시간이 없는 그에게 마스크팩은 수시로 등장하는 피부관리사나 다름이 없다.

‘최은경의 코엔자임 Q10 팩’은 주로 30~40대 주부가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최 아나운서 측은 손님들에게 신중한 선택을 하라는 뜻에서 체험분 1박스(에센스 마스크 팩과 넥패치 10장, 아이패치 10장)를 함께 보내주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데, 체험분만으로도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늘 새로운 일만 찾아다니고 모험을 즐길 것 같은 그이지만 사실 그는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새 사업을 시작한 것은 남다른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상품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에 상품을 맞추는 사업가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은·경 의 통통 튀는 화장품 사업 Tips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을 개발하라

“여성들의 화장품 선택 기준은 까다로워요. 피부 트러블 같은 이유로 기존에 사용하는 제품을 쉽사리 바꾸지 않죠. 하지만 팩 제품은 기존에 사용하는 화장품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객층이 훨씬 다양하고 폭도 넓은 편이에요. 제품 구성을 잘하고 장점과 효과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많은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모델 이미지=제품 이미지’

“제품 성분과 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사업 제의를 해왔죠. 사업 경험이 없어 고민을 했지만 전문 제조업체의 기술,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코엔자임 Q10의 탄력 성분 등에 호감을 가지고 사업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모델과 제품 이미지가 서로 잘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아요.”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라

“출산 후 여성들은 대부분 육아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요. 결혼 전처럼 마음 놓고 피부관리를 받는 게 쉽지 않죠. 연예인도 다를 바가 없어요. 시간적 여유가 없고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마스크 팩은 얼굴에 붙이고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간편하죠. 또 얼굴을 관리하면서 목에 시트 한 장만 더 붙이면 목 주름까지 관리할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죠.”

김미영 창업 전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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