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아워 혁명(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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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나온 뉴스위크지의 제목이 재미있다. 「프라임­타임혁명」,그러니까 우리식으로 말하면 「골든 아워 혁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TV프로가 어쨌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동유럽을 휩쓸고 있는 혁명적 사태를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동유럽의 민주화물결은 자유를 갈망하는 「국민의 힘」이 저력이 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국민의 힘을 뒤에서 받쳐주는 또 다른 힘이 있었다. 정보문명의 소산인 미디어들의 활약이 그것이다.
루마니아의 철권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그처럼 처참하게 무너지리라는 사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국민들이 타자기를 갖는 것조차 통제했다. 타자기를 사용하려면 정부에 등록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몰수당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타자기를 허가없이 사용하면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우곤 하는 일이었다.
그런 루마니아 사람들이 「미국의 소리」방송이나,「자유유럽 방송」,영국의 BBC방송은 거침없이 들을 수 있었다. 독재가가 제아무리 총과 칼을 휘둘러도 하늘을 통해 날아오는 전파는 막을 수 없었다.
루마니아 정부는 위기를 맞자 밤낮으로 국민들에게 달콤한 뉴스를 「선전」했다. 하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중엔 매스컴을 통해 엄포와 공포분위기까지 만들었다. 그래도 국민의 분노와 저항은 잠들줄 몰랐다.
그런 일은 동독에서도 있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동독사태때 국영 TV를 시청한 사람은 불과 7%였다. 그러나 서방 TV를 본 시청자는 85%나 되었다.
동독의 악명높은 공산당 서기장 울브리히트는 『인민의 적은 바로 지붕위에 있다』는 말을 했었다. 옳은 말이다. 지붕위에 있는 TV안테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지난해 여름 중국 천안문사태때도 서방의 매스컴들은 「팩시밀리 혁명」이라는 말을 했다. 중국의 방송이나 신문들이 쥐죽은듯이 가만히 있어도 팩시밀리를 통해 세계각처의 화교들이 전해주는 소식은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훤히 알려주었다. 중국정부는 한때 팩시밀리를 막았지만 그것은 외교단절을 가져와 금방 풀고 말았다.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년』에서 빅 브라더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전체주의 사회를 예언했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정보혁명시대가 오리라는 사실은 미처 주목하지 못했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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