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섬 등대』 작가 박 영 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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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오랜 쓸쓸함도 참아야 하는데 무엇인가 나의 몸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는 느낌을 갖는다.
그 빠져나간 자리에 아버님과 어머님에 대한 고마움을 채워 놓아야지.
충섭아, 광열아 너희 덕분에 이렇게 담담하다. 너희들이 또 속이는 줄알았어. 그래서 속지 않으려고 애를 섰는데 이렇게 속고 마는구나.
벗이여 이제는 내 무식함을 용서하여다오.
어머님은 밤 깊은 전화벨 소리에 놀라 또 다시 겨울 내 병이 돋는 줄 알고 아침식사 때마다 잊어라 잊어라 다짐을 놓으셨는데. 그랬었지 우리는 참 서러웠지. 이제 조금은 서로가 서로를 웃자. 좌도문학동인형들, 천래강에 갑시다.
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까짓거 할머님 말마따나 빗방울 숫자 세는 법으로 밀고나가는 거야.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빗방울 세는 계산법은 솔잎의 수를 헤아리면 된다. 자 이제는 빗방울을 셀래, 솔잎을 셀래. 우리 인삼밭의 솔잎 세근도 나이가 차면 한뿌리가 지게 한 짐으로 우리집 마당에 쌓인다.
생각나는구나. 내게 겸손을 가르쳐 주고 이제는 딸에 재롱에 웃는 사람 기억난다.
◇약력 ▲60년 충남금산출생 ▲85년 한남대국문과졸 ▲현 금산에서 인삼농장경영, 좌도문학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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