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90년대는“국제화 시대”선언/주요기업 2천년대 경영 청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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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룹마다 「세계일류」 지향/삼성­현대,한중인수 신춘격돌
재계가 2000년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재계는 80년대의 정치ㆍ사회적 격동속에서 기업의 부침을 겪었듯이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90년대에는 그보다 더한 기업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90년대를 맞는 재계의 최대 이슈는 삼성과 현대의 정상다툼과 중위권 그룹의 상위권 도약 여부일 것같다.
돌이켜보면 80년 재계 랭킹 1위였던 현대는 88년이후 삼성에 선두자리를 내주었고 역시 랭킹2위로 현대와 선두다툼을 벌였던 럭키금성이 3위로 밀려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숙명의 라이벌 기업인 삼성과 현대는 새해벽두에 80년대의 상징적인 부실기업인 한국중공업의 인수를 놓고 격돌을 벌이게 된다.
작년말 한중의 1차 입찰은 유찰됐지만 거대기업 한중의 인수 여부에 따라 재계의 정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양사 모두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남겨두고 있다. 89년 삼성의 매출액(추정치)은 23조원,현대는 21조7천7백억원.
양대그룹은 항공ㆍ반도체ㆍ석유화학ㆍ중공업ㆍ유통등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한치도 물러설수 없는 경쟁을 벌이면서도 최근 서로의 장점을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그룹 이미지 개선을 최대 당면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현대는 그룹부설 현대 경제사회연구원에서 현대그룹의 기업문화적 변신을 위한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방안중에 「크고 진취적ㆍ저돌적 인상의 이미지에 평화적ㆍ인간적ㆍ안정적 이미지를 보완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고있다.
이와함께 현대그룹에는 조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크게 눈에 띄고있어 「뚝심」의 현대가 「조직」의 삼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은 「전통적 강점인 창조적 인재와 안정적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도전적 사풍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삼성형 경영시스팀 확립을 90년대의 경영목표로 잡고있다.
양대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양적인 기업규모 확대 경쟁보다는 질적성장과 국제화에 더큰 비중을 둔 경영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은 2000년에 세계 10대 기업진입과 질위주의 경영을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있고,럭키금성은 21세기 초우량 기업 달성과 함께 세계 반도체 시장의 5% 점유,세계 10위권의 종합 반도체 생산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
선경은 99년에 매출액 20조원,경상이익 2조원 달성은 물론 태양에너지ㆍ세라믹ㆍ광기록매체ㆍ생약부문등에서 세계 일류가 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세계적 초우량 기업」(쌍용),「세계굴지의 종합식품회사」(두산),「세계 6∼8위의 항공회사」(한진) 「세계10위권의 자동차 메이커」(기아),「세계제일의 특수강 전문그룹」(삼미)등 대부분의 기업이 국제화ㆍ세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위권 그룹의 상위권 진입 목표제시도 90년대 재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코오롱ㆍ화승그룹이 각각 2000년대 재계 랭킹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있으며 자본ㆍ경영분리로 재기에 성공한 기아그룹이 89년 매출액 2조9천6백억원에서 95년 12조원,2000년 22조원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효성이 2000년 그룹매출액을 30조원,해태 6조원,삼미 3조9천억원,미원 8조5천억원등으로 잡고있고 미원ㆍ해태그룹은 식품그룹에서 벗어나 각각 정밀화학과 유통ㆍ전자분야 진출을 추진중이다.
이와함께 삼성과 제휴,호남선 고속터미널 부지에 호텔ㆍ백화점등 복합건물을 세우려는 율산과 명성그룹등 도산기업의 재기여부도 관심을 끌고있다.
2000년에는 매출액이 1백조원이 넘는 거대기업이 생겨난다. 실제로 각 기업들은 2000년대를 향한 거창한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어느때보다 경제환경이 불확실한 90년대에 승자가 되려면 과거와 같이 기업확장에 의해 덩치만 부풀리는 방식보다는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지름길이 될것같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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