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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어 로마까지 뛰어라|북경 아시안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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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만리장성을 넘어 로마까지-. 새해 경오년에 한국스포츠는 험준한 두개의 봉우리를 향해 돌진하게 된다. 오는 9월22일부터 10월5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벌어지는 제11희 아시안게임은 86·88양대회의 영광이후 한국스포츠가 맞는 첫 시련의 무대다. 특히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아시아의 스포츠 판도는 큰 변화의 파문이 일 것이며 이러한 북한스포츠와의 「합작」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 하는 지난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이에앞서 6월9일부터 7월9일(한국날짜)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14회 월드컵축구대회 본선은 아시아 정상인 한국축구의 세계적 좌표를 다시한번 가늠해볼 흥미로운 한마당으로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북경 아시안게임은 홈팀인 거인국 중국의 위력과시를 위한 들러리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체육부 및 체육회의 분석이다. 중국은 27개종목 3백8개의 금메달중 절반에 가까운 1백40개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한국이 단독으로 출전할경우 절반에도 못미치는 60개정도의 금메달을 따내 또다시 일본(금메달 50)을 제치고 메달레이스에서 종합2위를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예상은 상당히 합리적인 분석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러면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93개로 중국(금메달94)에 간발의 차로 뒤져2위를 마크하고 서울올림픽에서 세계4강에 진입한 한국이 북경에서는 왜 이같이 참담한 패배를 감수해야 하는가. 이유는 86·88양대회 이후 노장급 스타플레이어들이 줄지어 은퇴, 전력이 약화된 것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12개 전체급석권의 신화를 남긴 복싱은 서울올림픽후 전 선수가 세대교체를 이루었다.
또 8개체급중 6개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유도도 이들 선수들이 모두 현역에서 은퇴하는등 전종목에 걸쳐 신·구선수들이 뒤바뀌는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서울대회에서 한국의 금메달박스 역할을 해낸 태권도(8개체급·한국 금7) 볼링(]개종목·한국 금2) 승마(6개종목·한국 금3) 등 3개종목이 제외되고 최강종목인 양궁(12개종목·한국 금9)의 금메달이 4개로 줄어들어 한국은 이 4개종목에서 이미 20개정도의 금메달을 손해보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 한국이 홈그라운드의 텃세에 의해 따낸 금메달과 반면에 중국의 홈어드밴티지를 감안하면 이번 북경대회에서 예상되는 60개정도의 금메달도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여기에다 서울대회에 불참한 북한과 몽고가 복싱·레슬링등에서 한국의 라이벌로 등장해 변수로 작용, 최악의 경우 금메달수가 60개를 밑돌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한편 중국의 금메달수를 서울대회보다 무려 50여개가 늘어난 1백40여개로 계산하는 것은 중국이 북경대회에서 자국에 불리한 종목을 뺀 대신 절대 유리한 종목을 대거 새로 채택했거나 세부종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북경대회에 새로 채택된 종목은 커누(금13) 여자유도(8) 여자역도(9) 우슈(6) 세낙타크로(2) 소프트볼(1) 카바디(1) 등 7개종목이다.
이 7개종목 40개의 금메달중 중국은 여자역도와 우슈의 싹쓸이와 커누의 석권(금8∼9개) 등 최소한 33개 정도의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또 추가된 세부종목으로는 사격(금10) 수영(6) 조정(6) 요트(2) 핸드볼(1) 골프(2) 축구(1) 펜싱(2) 사이클(2) 육상(1) 등에서 33개의 금메달이 늘어났다. 이중 중국은 특히 사격·조정에서 강세를 보여 15개이상의 금메달은 쉽게 추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이 볼 때 중국의 총 금메달수는 1백30개가 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외에 중국은 날로 강세를 보이는 메달 보고인 육상·수영등에서 서울대회 때보다 일본몫에서 여러개의 금메달을 더 차지할 것까지 감안하면 텃세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한 1백50개 정도의 금메달을 예상할 정도다.

<남북단일팀이 될 경우>
북한 스포츠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거의 베일에 싸여 있다. 북한은 지난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후 84LA올림픽에 이어 서울에서 열린 86·88양대회에 모두 불참함으로써 전력파악이 더욱 어려워졌다. 북한은 뉴델리대회에서 금17·은19·동메달2개로 중공(금61) 일본(금57), 그리고 한국(금28·은28·동37)에 이어 4위를 마크했었다.
따라서 북한의 최근 스포츠 수준은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한 성적으로 가늠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같은 기준을 감안하면 북한이 단독으로 북경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경우 예상되는 금메달수는 육상(2∼3개) 역도(2개) 체조(1개) 사격(5∼6개) 복싱(2∼3개) 레슬링(2∼3개) 탁구(1개) 등 7개종목에서 기껏해야 20개가 채 못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의 스타플레이어로는 육상에서 여자 마라톤의 문경애(2시간27분26초·북경마라톤대회우승)와 남자1만m에서 뉴델리 아시아선수권우승자인 유옥현(29분7초93), 역도에서 75kg급의 전철호와 67·5kg의 김명남, 체조의 김광숙, 복싱에서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김덕남(L플라이급) 김광석(플라이급) 이영호(밴텀급), 레슬링 자유형 경량급의 이학선 김명수 김영식, 탁구의 이분회, 그리고 사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권총부문등의 선수들이다.
이외의 구기종목은 축구를 제외하곤 전부분에서 한국에 크게 뒤져 메달권 진입 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한국 금메달수에 추가되는 숫자는 20개가 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복싱·레슬링등은 서로 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이는등 엇비슷해 도움이 안된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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