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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수도권 난개발을 막으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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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수도론 논쟁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거친 항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규제 철폐를 겨냥한 대수도론은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을 내세운 결과다.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화 시대에 수도권과 지방이 한정된 국가자원을 가지고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 규제 시책에 대한 상생의 해법이 가능하기 위해선 수도권의 도시 확산과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방은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과 지배력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서구의 대도시권은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과 과밀.혼잡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초광역적 도시계획 추진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대도시권 성장관리는 과도한 도시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평면적인 도시 확산을 방지해 근교 지대의 생태 및 환경자원 훼손 방지와 과밀.혼잡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대도시권의 도시 확산과 성장 억제는 대도시권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한다. 대도시권의 성장관리 시스템 도입을 위해선 기존 지방행정 관행.제도뿐만 아니라 토지이용 및 도시계획, 개발제도 등의 광범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수도권을 하나의 도시권으로 묶어 환경보전.토지이용.도시개발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초광역 계획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3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66개 기초자치단체의 개별계획과 도시개발 체제로는 도시의 평면 확산과 난개발을 막을 수 없다.

둘째, 계획적인 토지이용 및 도시개발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계획적인 토지이용 및 도시개발 체제가 매우 미흡하다. 수많은 개별법에 따라 주거.산업 및 관광단지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개발이 가능하게 돼 있다. 건축허가가 반드시 토지이용 및 도시계획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제도적 결함을 방치하면 대도시권 성장관리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셋째, 수도권 내 지방자치단체의 확고한 합의 기반과 효율적인 참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계획 수립부터 집행 과정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기업.언론.시민단체 등 이해집단의 자율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지역사회의 참여와 협력은 제도적 장치만 가지고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 행정구역 단위 행정관행을 타파하는 동시에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아래 치밀한 실천 프로그램과 효율적인 광역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수도권을 하나로 묶어 토지이용과 도시개발을 관리하는 일은 말과 같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 신장된 지방의 자치 역량과 정치력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복잡한 법체계를 지닌 계획적 토지이용 및 도시개발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현재의 특별법 체계를 활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현실적 어려움만을 이유로 우리의 짐을 다음 세대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

김용웅 충남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