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고 100조 눈앞…은행권 2위] 농협, 금융시장의 숨은 '큰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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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농협의 수신 규모가 1백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2개 자회사를 거느린 농협은 국민은행에 이어 은행권 2위(자산 규모)로 자리잡았다. 거래 고객도 3천여만명(지역농협 포함)에 이른다. 금융계는 예금뿐 아니라 보험.카드 업무에서도 상위권을 점하는 농협의 급성장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큰손=지난 6월 말 기준 농협중앙회의 자산 규모는 1백29조원. 우리은행(1백1조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국민은행(2백19조원)을 추격하고 있다.

지역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지역농협(단위조합)의 자산까지 합하면 2백47조원으로 국내 최대 금융회사다.

지난해 말 88조원이던 농협의 수신 규모(지역농협 제외)는 6월 말 96조원으로 불어났다. 6개월 새 8조원 증가한 것이다.

농협은 쏟아져 들어오는 수신을 조절하기 위해 올 들어 몇차례 예금금리를 낮췄지만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1백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협은 또 금융권이 가계 부실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올해 5천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신용등급도 국내은행 중 최고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 6월 농협의 신용등급을 국민은행과 같은 A3로 평가했다.

◇막강한 네트워크가 강점=농협의 강점은 전국을 거미줄처럼 엮고 있는 지점망에 있다. 농협중앙회 8백71개 지점 외에 지역농협의 3천9백여 점포까지 합치면 국민은행(1천2백개 지점)의 금융망을 능가한다.

농협은 이를 활용해 보험(농협공제)과 신용카드 시장에서도 상당한 위치를 확보했다. 농협의 보험 자산은 21조원으로 삼성.대한.교보생명에 이어 4위다. 지난 9월에야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를 시작한 은행과 달리 오래 전부터 보험대리점 업무를 해온 덕분이다. 농협의 영향력이 이처럼 커지자 민간 보험사들이 '농협생명''농협화재'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지난달 소송을 냈을 정도다.

농협BC카드도 5백6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어 은행권 중 2위다.

농협은 또 무역회사.여행사.유통회사.화학회사 등 12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사실상 중견그룹이다. 농협은 그러나 신용사업(금융) 부문에서 번 돈을 양곡유통 등 경제사업 부문의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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