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서 꽃핀 북방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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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헝가리·폴란드에 이어 28일 유고와 수교함으로써 우리의 북방 외교가 사실상 1단계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헝가리와의 수교가 대 공산권 외교의 교두보였다면 폴란드와의 수교는 본 궤도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유고수교는 비 동맹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개선에 물꼬를 튼 것이나 다름없다.
유고는 특히 지난 48년6월 소련의 대 동구권 간섭에 반발, 코민포름에서 쫓겨난 이후 티토 전 대통령(80년 사망)을 중심으로 미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운동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제3세계 외교관계에서 우리가 유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북아프리카의 사회주의 국가인 알제리와 수교를 눈앞에 두고 있고 불가리아·체코 등과도 수교를 교섭중이며 동독도 수교의사를 비추고 있어 북방 외교는 바야흐로 만개를 향해 치닫고 있다.
북방 외교는 1단계로 동구권과의 수교, 2단계로 중소와의 수교, 3단계로 미·일·중·소에 의한 남북한 교차승인과 북한의 대외개방을 이끌어내 한반도의 평화정착으로 끌고 간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유고와의 수교는 1단계 목표가 끝내기작업에 들어간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중소와의 공식관계 수립에 목표를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는 지난 8일 소련과 영사처를 개설한 바 있으며 중국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여 빠르면 2∼3년 내 중소수교도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고와의 수교에서는 헝가리·폴란드 때와는 달리 유고에 대한 차관제공을 약속하는 경제 협력의정서가 별도로 교환되지 않았다.
이는 외무부가 『동구권 수교를 돈으로 따내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외무부 당국자가『앞으로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에서 경제협력을 전제조건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제 공산권 외교가 차관제공 없이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유고와는 그간 세 차례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고 지난 6월말부터 8월까지 우리 측 고위실무자들이 유고를 방문, 수교문제를 협의했었다.
수교에 대한 합의는 지난9월 양국 외무장관 회담 때 확정됐으나 유고 측의 연방의회 통과 등 국내절차 때문에 3개월여 미루어졌다.
한편 북한은 헝가리·폴란드 때와는 달리 대사를 교체하거나 유학생을 소환하는 등의 보복조치는 아직까지 취하지 않고 있다.<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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