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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교과서도 한국사 왜곡 여전

중앙일보

입력

미국 중등학교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가 이달 발표한 2005년 발간 10개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 분석보고서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출판된 최신 미국 교과서들이 한국역사 전반을 중국의 지배 하에 있었던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 '한국은 중국 식민지'= 윈스턴출판사가 2000년에 출판한 미국의 대표적 고교 세계사 교과서 '인간과 국가'는 대한민국을 '만주의 남쪽 일본과 해협을 사이에 둔 바위투성이의 산지로 이뤄진 반도 국가다. 한국 대부분의 역사상 중국은 한반도를 지배했다'고 기재했다.

또 '당나라가 중국을 통치하는 동안 독립을 간신히 유지한 한국은 결국 몽골제국에 편입됐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내 5개 세계사 교과서도 조선 왕조를 '이씨 왕조'라는 일제식 용어로 표현하면서 한국을 중국의 식민지 국가 정도로 다루고 있다.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뒤 한반도를 가른 선을 휴전선이 아닌 38선으로 표현하는 등 오류는 계속됐다.

홀출판사가 2002년에 발간한 고교 11학년용 역사교과서에는 "한국은 1945년 연합군에게 항복했으며 전쟁이 종식될 즈음 미군이 38선 이남을 해방시켰다"고 기술돼 있다.

◆ '일본해' 표기 일본 측 주장 그대로= 세계지리 교과서(윈스턴.2003년)는 '일본과 한국' 장에서 '일본의 서쪽에 일본해를 가로질러 가면 만나는 한반도'(639쪽)라고 한국을 설명했다.

또 교과서 대부분이 독도에 관한 언급없이 일본식 표기인 '다케시마'로 적고 있다.

◆ 한국 측 적극적인 대응 시급= LA총영사관은 지난 2004년 미국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 실태를 다룬 본지 보도에 따라 특별대책반(반장 정태헌 교육원장)을 구성했다. 당시 총영사관 측은 ▷ 가주 교과서 및 참고서 10종과 다른 주에서 사용 중인 교과서 10여종 등 총 20여개의 교육관련 서적의 한국정보 오류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미국 각지역 교육당국과 교과서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시정활동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된 사항이 없는 형편이다.

일본은 20여년전 부터 본국 정부와 세계 각지역 공관 등이 협조하는 '일본국제교류재단'을 설립 외국의 교과서 제작 및 선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 교과서 제도>

미국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에 관한 내용은 주로 사회과 영역(social studies)을 통해 다뤄진다. 특히 중등학교의 세계사 세계문화 세계지리 세 과목에 관련정보가 집중돼있다. 이 세 과목은 가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주가 절반이 넘는다.

학생들은 주로 이 세 교과를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해서 배우기 때문에 이 과목들에서 배우는 내용이 특정 국가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 정부 소관사항인 교과서 선정작업은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지방선별(local selection) 방식으로 개별 교육구가 사용할 교과서를 자유롭게 결정한다. 폐쇄형은 주정부 채택(state adoption) 방식으로 주 교육부 교과서 선정위원회에서 과목별로 몇 종류의 교과서를 채택하고 각 교육구가 그 중에서 고르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와 한인사회은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형편이어서 교과서상의 잘못된 한국 관련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선 미국 교육과정 참여 및 영향력 행사에 대한 관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주 중앙일보 오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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