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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즐겨읽기] 그림책 작가의 그림 같은 시골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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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타샤의 정원(원제:Tasha Tudor's Garden)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윌북, 227쪽, 1만2000원

별난 할머니의 별난 전원생활-. 두 권의 책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대략 이렇다. 주인공은 올해 91세의 그림책 작가 타샤 튜더. 미국에서 해마다 최고의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상을 받은 저명한 작가다. 70여 년 간 100권이 넘는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 할머니, 예술가연 하기는커녕 "난 상업적인 화가고, 쭉 책 작업을 한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는 생뚱맞은 말을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내 집에 늑대가 얼씬대지 못하게 하고, 구근도 넉넉히 사기 위해서"였단다.

늑대? 구근은 또 뭔가. 할머니의 관심사는 식물을 가꾸고 동물을 키우며 자연 속에 젖어 사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해진 황혼의 귀농?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지를 불평하지만, 나아가는 자는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말처럼 그는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었던 '행운'과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용기', 두 가지를 갖췄던 것이다.

전원생활을 처음 시도한 것은 30세 때 뉴햄프셔로 이사가면서부터. 결국 남편과는 인생의 지향점이 맞지 않아 헤어졌다. 지금은 56세에 옮겨 간 버몬트주 산골의 30만 평 부지에 홀로 오두막집을 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산다. 19세기 생활을 동경하는 그는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골동품 사기그릇을 사용하며 화덕에 장작을 지피는 수고로운 방식으로 음식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베틀에 앉아 천을 짜서 옷을 짓고 직접 짠 염소 젖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치즈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얼핏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인가 싶기도 하지만 책에 그려지는 할머니의 삶은 그들보다는 좀더 개인적이고 좀더 자유분방하다. "혼자 있으면 완전히 내 모습으로 지낼 수가 있다"며 행복해하는 그는 독자에게 "인생 뭐 있어?"라며 능청스럽게 묻는 듯 하다.

두 권 모두 사진과 삽화만으로도 배가 한껏 부른 느낌이다. 새빨간 자포니카 동백꽃이나 하얀 작약 등 정원을 가득 수놓은 식물들의 자태는 말 그대로 '향연'이다. 손수 만든 마리오네트 인형, 어린 손님들이 놀러오면 입혀본다는 전통의상, 집안을 채우고 있는 고가구와 초상화 등을 들여다보는 맛이 꽤나 아기자기하다. 할머니가 왜 이런 삶을 택하게 됐는지를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에서 읽은 뒤 '비밀의 화원' 가꾸기를 지인이 근접묘사한'타샤의 정원'으로 옮겨 가길 권한다. 여성 취향(또는 소녀 취향)이 다분하긴 하지만 "우리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다"거나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특별히 해줄 이야기는 없다"는 타샤 튜더의 낙천적이면서 쿨한 인생관만큼은 산뜻하게 다가온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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