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못했다면서 차관 승진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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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남춘 인사수석(右)과 전해철 민정수석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청와대가 16일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경질 의혹을 공식 해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권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전해철 민정수석과 박남춘 인사수석이 나섰다. 다음은 전.박 수석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요지.

◆ 유진룡 전 차관 교체 의혹

-(유 전 차관이) 정무직으로서의 기본 능력인 조정.설득 능력이 부족하다 했는데.

"정무직 인사는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렇다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포괄적 책임을 얘기한 것이다. 신문유통원 운영과 관련해 기획예산처 등 다른 부처와 일하는 데 있어 좀 더 조정하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신문유통원은 유 전 차관이 취임한 뒤 문제가 생긴 건가.

"신문유통원은 지난해 말 매칭펀드 방식으로 하기로 결정됐다. 결정 과정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정책으로) 결정됐으면 이를 관철하도록 해야 한다. 유 전 차관은 당시 정책홍보실장이었다. 이 자리는 예산을 주로 담당한다. 유 전 차관이 정책홍보실장.차관으로 있으면서 신문유통원 실현에 아주 포괄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정책홍보실장 자리에서 잘못했는데 왜 차관으로 승진시켰나.

(박남춘 수석)"차관 임명 때도 다면평가를 한다. 그 당시 유 전 차관은 전체 평정 순위가 2순위였다. 검증 과정에서 1순위자에게 도덕성 문제가 발생했고 2순위자인 유 전 차관이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봤다. 정책홍보실장 업무 때는 전체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신문유통원 문제에 관해 기획예산처나 전.현직 장관은 책임이 없나.

"유 전 차관은 2월에 차관이 됐고 3월에 장관이 교체됐다. 이 문제의 최종 책임은 장관에게 있지만 신문유통원 문제는 3월에 부각되기 시작해 4~5월로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3월 27일 취임한 현 장관(김명곤 장관)이 책임질 수 있겠나."

◆ 홍보수석실 청탁 의혹

-아리랑TV 부사장 인사와 관련해 이백만 홍보수석 부분만 조사했다는데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도 청탁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같이 근무하는 비서관(양 비서관)이 문화부 가서 얘기한 적이 있지만 주(主)는 홍보수석 판단으로 한 것이다."

-아리랑TV 부사장 자리가 청와대에서 인사 협조를 구할 대상인가.

"청와대에서 직접 관여하는 건 정무직, 정부투자기관장, 정부산하기관장, 1급 이상 공직자들이 가는 비중 있는 자리다. 아리랑TV 부사장 직은 정치적으로 역량 있는 사람이 갈 필요가 있었다. 미디어정책을 총괄하는 홍보수석이 부처 인사권자와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유 전 차관은 청탁으로 받아들이는데 청와대에서 '인사 협의'라고 판단한 근거는 뭔가.

"기본적으로 업무 관련이어야 한다. 사적인 것이나 학연.지연, 금전 관계가 들어가선 안 된다. 그러면 인사 청탁이라고 본다. 다만 업무 과정에서 후보자를 알게 돼 추천했으면 '협의'로 본다."

-유 전 차관이 청와대의 인사 청탁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민정수석실 조사관에게 보냈다는데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있나.

"(공개하면) 자칫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e-메일을 두 차례 받았지만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 당시 아리랑TV 부사장 건은 조사 대상도 아니었는데 (유 전 차관이) 그에 대해 소상하게 감정과 판단을 곁들여 보냈더라. 유 전 차관이 그걸 증거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공개해도 상관없다고 본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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