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해여부·오염실태 은폐 말고 공표한 뒤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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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개방화에 맞게 법 손질을…>
송보경 교수<서울여대·사회학과>
86년에 개정된 소비자보호법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아전인수격 작업으로 민간단체의 불만을 사고있지만 어쨌든 보호원의 태동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일단 민간소비자운동의 쾌거라 할수 있다.
민간단체는 문제제기를 하고 정부는 그런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손을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80년대 말에 쏟아진 수입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조처는 극히 미흡할 뿐더러 특히 정부의 도덕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하겠다.
수입식품으로 발암물질 함유논쟁을 일으킨 자몽과 옥수수, 그리고 공업용 우지사건에 대해 무해발표로 일관한 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소비자와 정부의 갈등으로 인해 소비자운동의 방향이 결정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80년대는 식품에 대한 안전, 위해한 약품, 농약과 수질, 토양 등 환경오염으로부터의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이슈며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국제화와 개방화시대에 민간소비자단체의 시험검사기능과 공표권을 제한한 현행 소비자보호법은 국가기관의 검사발표로 인한 외국과의 무역마찰을 가져오고 결국 정부가 그에 굴복, 소비자안전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
민간단체들은 외부전문인력을 영입해 활용하고 단체간의 연계활동을 효율적으로 벌임으로써 운동의 전문성과 자질에 대한 외부의 의구심을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주민 고발정신강화 시급>
최열씨<공해추방운동연 의장>
환경오염문제가 제기됐을 때 정부기관은 물론 전문가들까지도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하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는 실태를 폭로해 사회문제가 됐을 때의 후유증만을 겁내는 단편적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역주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85년4월 온산병을 조사한 역학조사팀이 「공해병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 우리가 초대한 일본 삼중대학의 하라다(원전)박사는 조사결과 『온산은 죽음의 마을이다. 일본에도 이렇게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된 곳이 일찍이 없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역시 공해문제는 과거 정부기관보다는 전문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폭로됐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공해문제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학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오염실상을 밝히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오염실태 폭로를 막고있는 것은 극히 유감스런 일이다.
오염피해지역 주민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대개 그런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오염피해지역으로 인정됨에 따라 이것을 기화로 높은 보상금을 얻어내 떠나야겠다는 생각이고 또 하나는 오염문제를 대두시켜도 투쟁에 이기기 어려우니 땅값이 떨어짐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대운동을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것은 모두 옳지 않다. 진정한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주민 고발정신도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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