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호가 私益보다 우선" 골프연습장 사용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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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아 건물을 완공했다 하더라도 개인의 재산권 행사보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사용승인 거부 등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서기석 부장판사)는 14일 국내 최대 왕릉군(王陵群)인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인근에 대형 골프연습장을 건립했던 C건설이 '구리시가 내준 허가대로 건축했는데도 문화재청의 반대를 이유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구리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C건설은 골프장 건립 비용 70억원을 날리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리시가 건축허가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허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건축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허가대로 완공된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공익과 비교해 개인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이 부득이할 경우 건축허가는 물론 사용 승인까지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의 경우 C건설이 입게 될 경제적 손해보다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통해 민족문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문화재 보호 정책상 필요성 등에 비춰 공익이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C건설은 1999년 12월 구리시에서 건축 허가를 받아 동구릉 부근에 70억원을 들여 골프연습장을 지었으나 문화재청이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연습장 철거를 주장, 구리시가 사용 승인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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