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비디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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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상문화의 총아로 등장한 비디오가 우리의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 YMCA 건전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서울시내 중·고교생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비디오시청 실태조사」는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월 평균2·47편의 비디오를 보며 그중 60%가량이 성인용비디오를 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성인용비디오라면 대부분 에로물 아니면 폭력물을 말한다. 개중에는 불법으로 제작된 포르노도 적지 않을 것이다.
86년 1백만대 수준이던 국내 비디오기기의 보급률은 88년에 이미 2백만대를 넘어섰고, 금년 6월현재 2백50만대를 기록,연말까지는 3백만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30%를 넘는 숫자다.
한동안 청소년의 비행과 탈선의 원인이 일부 저질영화에 있다고 지탄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독버섯처럼 만연하는 음난비디오가 그 주범이 되고있음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비디오 제작·수입사는 90개사를 웃돌고 이들이 시중에 내놓는 비디오물량은 월 3백편 안팎이다. 그런데 전국에 퍼져있는 비디오가게는 대충 2만3천개.3백편의 3분의1인 1백편만 시중에 배포된다고 해도 매월 2백3O만개의 비디오가 소비자앞에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불법비디오의 범람이다. 불법비디오란 공륜의 심의를 거치지않은 무허가 제품으로 해외여행객이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밀반입 비디오를 복사한 것이다.
이 불법비디오가 정품보다더 많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게 바로 비디오업자들의 말이고 보면 비디오를 즐기는 청소년의 60%가 성인용을 보았다는 조사는 충격을주고도 남는다.
최근 공륜에서 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한 「공연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에서도 청소년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됐다. 폭력· 외설적 내용의 영화나 비디오를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보지못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87.7%나 됐다.
각종 퇴페문화에 찌든 어른문화와 어린이문화가 혼재한 이 난장판 세태를 정말 이대로 두고만 볼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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