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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간부 20명 휴일 분석] 토요일 왕창 놀고 일요일은'가볍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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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휴일 60시간! 촌각을 다투며 사는 샐러리맨들에게 60시간의 의미는 크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지 2년. 처음엔 그랬다. 별거 있겠어? 어차피 토요일은 오전 근무만 했으니 기껏해야 서너 시간 더 번 거잖아. 하지만 이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60시간. 잠자는 시간 20시간을 빼도 40시간이 남는다. 잘만 활용하면 삶이 즐거워지고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대기업 중견간부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이코노미스트>가 심층 취재했다.

국내 대기업 M과장(41)은 지난 7월 21일 금요일부터 23일 일요일까지 주말을 보내며 뿌듯해 한다. 금요일 저녁은 회사 회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한잔 했지만 토요일부터는 본인이 생각해도 알차게 보냈기 때문이다. 바빠도 보람 있었던 휴일이었다.

22일 토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난 그는 부리나케 아침 식사를 하고 격주로 하는 강좌를 들으러 갔다. 회사에서 직원을 위해 준비한 리더십 강의다. 휴일을 반납하고 하루 8시간 내내 강의를 들어야 했지만 그는 오히려 회사가 좋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저녁 7시에 집으로 들어온 뒤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얘기를 했다. 요즘 부쩍 커 가고 있는 아들 둘과 얘기하다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일요일 오후. M과장은 가족과 함께 주말농장을 갔다. 가끔 가는 농장이지만 갈 때마다 새롭다. 아이들과 함께 봄에 뿌린 씨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세상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저녁. 집에 돌아온 M과장은 저녁 식사 후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며 내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본인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최상의 주말이었다"고 자평한다.

"연말 임원 인사 있는데…"

P국장(46)의 주말을 보자. 한마디로 '꽝'이다. 일, 일, 일…. 1960 ̄70년대 고도성장기 직장인의 모습 그것이다. 토요일 새벽 4시30분. 알람을 듣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금요일 저녁 친구와 맥주 한잔을 해선지 몸은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회사 주요 고객과의 '운동'인 탓에 몸이 안 좋아도 웃으며 '접대'를 해야 한다.

P국장의 휴일이 '접대 골프'에서 끝났다면 그나마 괜찮다. 골프를 치고 난 뒤 곧장 회사로 달려가야 했다. 토요일 오후 4시부터 무려 10시까지. 그는 회사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평일에 끝내지 못했던 회사 업무를 정리했다. 고객을 위한 보고서 작성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 내일 또 일을 하자며 집에 온 것이 밤 11시. 일요일은 아예 평일처럼 회사 일을 해야 했다. P국장은 "연말 임원 인사가 있다"며 "어차피 집에 있어도 편히 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식으로 실시된 것이 지난 2004년 7월 1일이다. 많은 전문가는 "직장인들에게는 일대 혁명"이라는 말로 주5일 근무제가 줄 변화를 표현했다. 지난 2년을 보면 그때 전문가들의 말이 어느 정도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도시 인근에는 '주말농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농촌 마케팅이 등장했는가 하면 야외에 휴일 드라이브족을 겨냥한 수만의 식당과 할인매장이 들어섰다.

그래서인지 때로 불안하다. 남들은 어떻게 휴일을 보내고 있을까? 내가 놀고 있는 사이 남들은 일하는 건 아닌가. 내가 바보처럼 일할 때 남들은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남의 휴일 보내기에 눈길이 간다.

대기업 중견간부 20명의 '휴일 라이프 스타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봤다. 누가 휴일을 잘 보내는 것일까? 자는 사람? 쉬는 사람? 일하는 사람?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어떻게 보낼까? 비슷한 것 같은데 실은 천차만별이다. 하루종일 '방콕'하며 뒹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일과 다름없이 회사에 가 일하는 사람도 있다.

금요일 술? No!

그래도 몇 가지 특징은 있다.

우선 7월 21일 금요일 저녁을 보자. 금요일은 한잔하는 날? 아니다.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 6시나 7시 퇴근 시간 '땡'하면 곧장 집에 가는 간부들과 '어딘가 딴 곳'에 있는 간부들이 반반이다.

20명 중 8명은 곧장 집으로 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퇴근 시간은 6시30분에서 7시30분 사이. 그렇다면 12명은 '딴 곳'에 갔나? 아니다. 4명은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이 중 두 사람은 11시까지 일을 했다. 나머지 8명이 '딴 곳'에 갔다. 술집으로. 친구를 만났거나 거래처 사람을 만나 한잔하며 한 주를 마감했다. 평균 취침에 든 시간은 11시58분. 술을 먹다 왔든 곧장 집에 들어왔든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7월 22일 토요일. 좀 놀랄 만한 일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점이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휴일인데 늦잠이나 맘껏 잤으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법한데 그렇지가 않다. 평균 기상 시간이 7시27분이었다. 이 시간이 '평균'이니 산술적으로만 대충 따져도 절반은 그 이전에 일어났다는 얘기다.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날 가장 먼저 일어난 사람은 I부장(45). 기상시간은 4시였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을까? 뻔하다. 골프다. 재빨리 샤워를 한 I부장은 5시가 되자 부랴부랴 차를 몰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두 번째로 빨리 일어난 사람은 P국장(46)이다. 기상 시간은 4시30분. 그 이유도 같다. 거래처 사람들과 골프 접대를 하는 날이다.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H부장은 세 번째로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골프도 등산 때문도 아니다. 답은 '그냥'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22일 토요일 오전. 대기업 중견간부들은 이미 바빠 보인다. 대부분 뭔가 하기 위해 부산하다. 토요일 오전을 집에서 보낸 사람은 세 명뿐이다. 밖으로 나간 17명 중 9명은 운동을 했다. 네 명은 골프를 쳤고, 세 명은 헬스클럽을 갔다. 한 명은 산에 갔고 한 명은 자전거를 탔다. 나머지 6명은 제각각이다. 전시회를 갔고, 병원에 갔고, 여행을 떠난 사람도 있다. 한 명은 회사로 가 일을 했다.

토요일은 집에서…1명 뿐

토요일 오후에는 무엇을 했을까? 집에 있었을까? 아니다. 집에 있었던 사람은 한 명뿐이다. 나머지 19명은 집 밖으로 나갔다. 한참이든, 잠깐이든. 한 일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두 명은 쇼핑을 했고 세 명은 영화를 봤으며, 한 명은 강의를 들었고, 두 명은 골프를 쳤다. 경기장에 가 프로야구를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회사에 가 업무를 본 사람도 있다. 아직 미혼인 K과장(36)은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놀다가 저녁에는 맞선을 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중견간부들은 휴일도 바쁜 것이다. 토요일 하루를 집에서만 내내 보낸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자고, 쉬고, 먹고, TV보고…. 그래도 평일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잠자리도 조금 이르다. 토요일에 평균적으로 취침에 든 시간은 11시5분. 금요일보다 53분 빨랐다.

J차장의 토요일 평. "느긋한 듯하지만 한 일을 생각해 보면 적지가 않다.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외식도 하고,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휴일이 피곤하기도 하다. 아무 일도 안 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적지 않다."

7월 23일 일요일. 토요일의 풍경과 사뭇 달랐다. 훨씬 여유가 있다. 토요일 저녁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일요일 아침 일어나는 시간은 늦다. 일요일 평균 기상시간은 8시18분. 평균 9시간13분을 잤다. 일주일 중 가장 잠을 많이 자는 날일 것이다. 평일보다 그 시간은 더 잔다.

일요일 오전은 대부분 집에서 쉬는 분위기다. 20명 중 13명이 그냥 집에서 쉬거나 교회를 다녀오거나 가벼운 산책으로 오전을 보냈다. 일요일 오전에도 골프를 친 사람은 골프 여행을 떠난 N팀장을 포함해 두 명뿐이다. P국장과 T차장은 오전 9~10시 무렵 회사에 가 일을 했다.

가족과 쇼핑도 OK!

일요일 오후도 가볍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시간을 보낸다. 4명이 가족과 함께 본가나 친척을 찾아갔다. 2명은 영화를 봤고 2명은 주말농장을 갔다. 한 명은 쇼핑. 골프여행과 가족여행을 떠났던 사람들도 오후 2 ̄3시 무렵 모두 돌아왔다. 저녁 외식도 5명으로 토요일보다 훨씬 줄었다. 4명은 점심.저녁 모두를 집에서만 먹었다. 11시32분 잠자리에 들어 월요일 아침에는 6시3분에 일어났다. 다시 바쁜 일주일이 시작된 것이다.

자, 이번에는 22일 토요일과 23일 일요일 모두를 보자.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냈을까? 일단 가족과 함께 보냈을 것이다. 이틀 내내 회사 일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뭘 하든 가족과 함께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식도 잦다. 점심.저녁을 집에서 다 해결한 사람은 토요일에 한 명, 일요일에 네 명뿐이다.

가족과 시간 보내기, 외식을 빼면 운동을 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명 중 13명으로 65%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인 6명이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

만일 운동에 산책까지 포함하면 23명으로 115%가 된다. 몇 명은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한다는 얘기다. 물론 두 가지 운동을 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눈에 띄는 것이 쇼핑이다. 쇼핑이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되면 이미 잘못된 생각인 시대가 됐다. 4명 중 1명은 22 ̄23일 이틀 중 한 번은 가족과 쇼핑을 했다. 본가나 친척을 방문한 사람도 적지 않다.

쇼핑과 같은 수치인 4명 중 1명이 본가나 친척을 방문했다. 4명은 영화를 봤고 또 다른 4명은 회사에서 일을 했다. 휴일을 회사에서 일로 보내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 중 한 명은 토.일요일 내내 회사에서 일을 했다.

지금까지는 22, 23일 이틀에 관한 얘기였다. 보통 휴일엔 뭘 할까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22, 23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휴일에 주로 하는 일로 60%가 외식 및 아이들과 놀기를 꼽았고 산책.휴식.독서를 꼽은 사람이 45%에 이른다.

회사 일 하기'는 15%만이 응답, 아주 특수한 사례로 꼽혔다.

그럼 뭘 하고 싶어할까? 첫째가 아이들과 놀기(35%), 둘째가 휴식, 독서 및 공부, 등산(각 25%)으로 나타났다.

이재광 전문기자<(i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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