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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탁 하면 패가망신한다더니 요구 거절한 사람 패가망신시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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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1일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김형오 원내대표가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경질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한나라당은 11일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보복 인사' 논란과 관련, 청와대를 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골프 파문으로 물러났던 김남수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 임명 등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연결시켜 조목조목 따졌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문제를 정기국회의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다루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들도 한나라당과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회의는 한마디로 '낙하산 인사 성토장'이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유 전 차관이 인사청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물러났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 386 인사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맞는 사람들에 대한 코드.낙하산 인사를 체면도 염치도 없이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공무원 사회의 안정을 뒤흔들고 공무원의 능률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와 제 사람 심기 때문"이라며 "전혀 직무와 관계도 없고, 능력도 없고 경험도 없는 사람을 관계 부처와 산하단체에 그저 내려보내면 된다는 발상을 거두지 않는 한 이 정권은 대단히 중대한 국면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청와대 386 인사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낙하산을 타고 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며 "면밀한 조사를 거쳐 관련자들을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겠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유기준 대변인은 "인사청탁을 한 청와대 사람들을 처벌하기는커녕 부당한 인사청탁 요구를 거절한 유 전 차관에게 보복인사를 하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꼬았다. 그는 "청와대는 유 전 차관이 신문법 후속 조치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것을 경질 이유로 들고 있다"며 "그렇다 해도 책임질 사람은 문화부 장관이지 차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합리적이지 않은 인사를 거부한 유 전 차관을 6개월 만에 경질시킨 것을 보니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소신 있는 공무원을 포상은 못할 망정 경질했다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런 대통령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은 국민"이라며 "제발 대통령은 정신을 차려서 잘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그동안 수많은 낙하산 인사가 있었지만 패가망신이란 말은 듣지 못했다"며 "청와대가 인사청탁을 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인사청탁을 거절한 인사를 패가망신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청와대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동어반복만 계속할 게 아니라 진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논평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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