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김근태 의장 역할에 기대 걸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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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유감이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출자총액제한 폐지 같은 약속들도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11일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이 드러나자 재계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말 김근태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활성화에 재계의 참여를 유도하는 뜻에서 기업인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해 기대를 품었지만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재계 주요 인사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일부 전문 경영인들이 사면.복권된다고 하지만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최종 결정하는 오너급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에서 "경제 5단체의 건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며 "사면.복권에서 제외된 기업인들이 경제 활성화에 헌신할 수 있게 이른 시일 안에 추가 사면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는 정치자금 수수와 분식회계 등으로 형이 확정된 기업인 55명을 사면해 줄 것을 지난달 청와대에 요청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SK 등 총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대기업들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경제단체의 고위 인사는 "사면 수위로 보건대 재판에서 기업인에 대한 선처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제 5단체는 청와대에 사면 요청을 하면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재판에 계류 중인 기업인 23명의 선처를 탄원했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김 의장이 최근 경제단체와의 잇따른 만남에서 시사한 출총제 폐지,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 규제 완화 등의 조치도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김 의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재계가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등의 경제 활성화 조치를 취하면 출총제 폐지 같은 재계의 숙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는 이달 초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를 방문해 규제 완화와 경제 살리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다음주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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