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재정과 대학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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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래 전부터 밑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던 사학 재정이 내년부터 허용될 방침인 편입학제도의 부활로 일단 숨을 돌리게 될 것 같다.
사학의 재정난 완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되살아나는 이 편 입학 제도는 그 동안 찬반 논의를 불러일으키며 거론 되어온 기부금 입학 제도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대학 재정에 큰 기여를 하면서도 외견상 사회적 거부감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적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리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9년 전 졸업 정원제의 도입과 함께 폐지되었던 편입학 제도가 되살아나기 위해선 사학의 재정난 완화라는 한쪽 측면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의 부활에 뒤이을 대학생의 양적 팽창과 교육시설의 문제, 선발 방식의 공정성 문제 등에 대한 보완과 대책이 앞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군 입대와 휴학으로 결원이 된 숫자가 사립 대의 경우 20만 명 남짓이라면 전체 대학 1백만여 명의 20%에 달하고 이 2O만 명을 편 입학을 통해 전원 보충할 경우 현행 대학 신입생 숫자와 맞먹는 사실상의 대학입시가 또 한차례 재연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럴 경우 편 입학을 둘러싼 공정성·엄정성 여부가 새로운 학교 비리로 등장할 것이며 학교 부정의 새로운 불씨로 번질 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편 입학의 선발과정이 확실한 제도적 장치 없이 사학에 일방적으로 맡겨질 때 그것은 기부금 입학 제와 다름없는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더욱이 20만 명에 달하는 편입 학생을 수용할 때 교수와 학생간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과밀해진 강의실은 입시 학원을 방불케 될 것이다. 편 입학으로 늘어날 재정의 상당부분을 교수인력 증원과 시설 확장에 투자한다는 원칙적 보장 없이 이처럼 많은 편입생을 무분별하게 늘려 나간다면 그것은 그 옛날의 사학 비리를 새롭게 연상시키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문교 당국이 최근 거듭 강조하고있는 전문대 활성화 방안이 대규모 편 입학 허용 방침과 마주칠 경우 결국 늘어나는 전문대학은 고급 기능인력의 양성이라는 본래의 교육목적과는 달리 4년 제 대학 편입을 위한 간이대학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대학이 본래의 교육 목적을 잃어버리고 4년 제 대학을 향한 편 입학 학원으로 전락할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재정난 해소라는 한 구멍만의 시야를 통해 편 입학 제도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의 부활과 함께 발생할 부정적 요인들, 또는 새로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총체적 배려와 대책이 동시에 점검되어야만 한다.
사학 재정이 대학 운영에 기여하는 전 입금이 10% 미만인 어려운 상황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 어려운 재정난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대학 교육의 장래까지 함께 보완할 수 있는 다른 한쪽의 배려 또한 시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편 입학 제도가 새로운 문제점으로 제기되지 않으면서 사학 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자리잡기 위해서라도 이 제도에 뒤따를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들은 미리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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