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거덕"거리는 약국 의보|시행 2개월…드러난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약국 의료보험이 시행 2개월이 지났으나 갖가지 문제점을 노출한 채 순조로운 정착에 진통을 겪고있다.
약국은 약국대로 과대한 업무량에 비해 이익은 오히려 줄었다는 불만이고, 환자들도 불편만 컸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약국조제 가운데 보험을 적용하는 비율이 의의로 낮아 약국 의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약국의 조제 패턴의 변화로 고가약품 위주의 조제가 이뤄지는 바람에 보험재정에 주름살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약국= 『업무량만 늘어났을 뿐 실질적인 이익은 감소됐다』 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면서 약제비 명세서 및 청구서 작성과 영수증 교부 업무가 불성실하게 이뤄지는 등 약국 의보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지고 있다.
약국들은 조제에 대한 기술료(1일분 5백50원)가 낮고 보험약가의 마진폭이 적어 보험자체가 큰 매력이 없는데다 보험 서류작성에 인력과 시간을 빼앗겨 약국경영에 어려움을 겪고있으나 구인난까지 겹쳐 상황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1회 투약 약품수가 4종으로 제한돼 양질의 효과적인 투약이 어렵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약국 의보에 대한 약국의 관심과 이해부족으로 10월분 약제비 청구서 가운데 20% 정도가 착오 또는 불성실 기재로 드러나 반송되는 등 보험업무 전반에 시행착오가 계속되고 있다.
◇환자=약국 의보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족과 본인부담률 가중, 번거로움 등으로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험 적용 약품이 2천3백47종으로 제한되고 1회 투약 약품도 4종으로 한정돼 조제과정에서 약국과 승강이가 잦다.
또 보험약에 대한 불신감과 약국의 의도적인 권유 등으로 아예 보험적용을 기피하고 일반수가에 의한 조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보사부가 표본 조사한 결과 약국조제 가운데 32% 정도만 보험을 적용 받고 있으며,중심가나 상가 등은 약국 의보 활용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일분과 2일분 조제비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2일분을 조제, 과잉투약의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약제비 청구= 약국 의보 이용률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보험 적용 조제도 고가약품 위주로 이뤄지는 점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났다.
보사부는 약국 의보가 정상적으로 시행될 경우 월 평균 7백만건 이상의 약제비가 청구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시행 첫 달인 산월분 약제비 청구는 1백만 건에도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국 1만8천6백여 약국에 한달 평균 53건 꼴에 불과하다.
특히 청구된 약제비를 잠정 분석한 결과 건당 약제비가 평균 1천8백60원정도로 나타나 1천5백원선인 의료기관의 보험 약제비를 상회, 보험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약국이 양질의 투약을 이유로 고가약품 위주로 조제를 하는데다 심리적으로 정률제(약제비 1천5백원이상)를 적용키 위해 약제비 총액을 높이려 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망= 보사부는 현행의 약국 의보가 91년7월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이전까지 과도적으로 시행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즉 약국 의보로 인해 보험재정에 부담이 가중되어서는 곤란하며, 약국 의보가 기초적인 대중치료 이상을 담당하는 것은 국민보건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현재 약국 의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약국의 수용 태세 및 제도상의 미비점 때문이라고 분석, 정책개선과 교육을 통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약사회 권경곤 부회장은『약국 의보에 대한 약국이나 환자의 이해부족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시행초기에 나타나는 문제점이 시급히 해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