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테러 음모가 사전에 적발된 뒤 항공기들의 이착륙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런던 히스로공항이 여객기에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영국 경찰은 이슬람계 영국인 21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런던 EPA=연합뉴스]
◆ 미국행 항공기 겨냥=영국 경찰 당국은 "최근 몇 달 동안 비밀리에 대테러 작전을 수행해 오던 중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런던과 버밍엄 등지에서 파키스탄 출신 등 이슬람계 영국인 21명을 체포했다"며 "추가로 더 많은 용의자를 검거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승객을 가장한 테러범들이 10대의 항공기에 매우 정교하고 성능이 뛰어난 액체 폭발물질을 반입하려 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콘티넨털항공 등 미국의 3개 항공사를 겨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처토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이번 음모는 다분히 알카에다 테러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앨버토 곤잘러스 미 법무장관은 "이번 테러 음모는 수백 명의 민간인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 최고 경보 발령=테러 기도 적발 직후 영국 내무부는 테러경보 수준을 기존의 '엄중한 상황(severe)'에서 최고 단계인 '중대 상황(critical)'으로 높였다. 영국 공항과 항공기에 대한 보안 조치도 대폭 강화됐다. 영국 교통부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등 전기나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품의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안경은 허용됐지만 안경집은 금지됐다. 처방약과 어린이 용품, 여권 등 여행 관련 서류는 투명 비닐에 담아 가도록 했다. 카리브해에서 휴가 중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사건 개요를 전화로 설명했다.
미국도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에 대한 경계 수준을 최고 수준인 '적색' 등급으로 올렸다. 국내선과 모든 미국행 국제선에 대해서도 적색보다 한 단계 아래인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음료와 치약.화장품.헤어젤.로션 등 모든 액체 물품의 기내 반입도 막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보안당국도 미국발 및 미국행 항공기에 대해 각종 액체류와 젤류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도 금지 대상이다.
한편 요르단 수도 암만을 출발해 카타르 수도 도하로 향하던 카타르항공 소속 여객기가 한 승객이 조종실로 진입하려는 소동 때문에 암만으로 긴급 회항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국적 불명의 한 남성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조종실로 달려가다가 승객들에 의해 저지됐다"고 밝혔다.
한경환.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