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국, 항공기 폭파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10일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테러 음모가 사전에 적발된 뒤 항공기들의 이착륙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런던 히스로공항이 여객기에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영국 경찰은 이슬람계 영국인 21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런던 EPA=연합뉴스]

영국과 미국 사이를 운항하는 항공기를 공중에서 폭파하려는 테러 기도가 영국 경찰에 의해 사전에 적발됐다.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10일 "테러리스트들이 여러 대의 항공기를 공중 폭파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대량 인명 살상을 노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런던 히스로공항은 한때 국내선과 유럽 단거리 노선의 모든 이착륙을 금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장거리 국제선 항공편은 예정대로 운항하고 있지만 보안검색 강화로 항공기 운항 일정이 잇따라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미국행 항공기 겨냥=영국 경찰 당국은 "최근 몇 달 동안 비밀리에 대테러 작전을 수행해 오던 중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런던과 버밍엄 등지에서 파키스탄 출신 등 이슬람계 영국인 21명을 체포했다"며 "추가로 더 많은 용의자를 검거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승객을 가장한 테러범들이 10대의 항공기에 매우 정교하고 성능이 뛰어난 액체 폭발물질을 반입하려 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콘티넨털항공 등 미국의 3개 항공사를 겨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처토프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이번 음모는 다분히 알카에다 테러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앨버토 곤잘러스 미 법무장관은 "이번 테러 음모는 수백 명의 민간인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 최고 경보 발령=테러 기도 적발 직후 영국 내무부는 테러경보 수준을 기존의 '엄중한 상황(severe)'에서 최고 단계인 '중대 상황(critical)'으로 높였다. 영국 공항과 항공기에 대한 보안 조치도 대폭 강화됐다. 영국 교통부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등 전기나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품의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안경은 허용됐지만 안경집은 금지됐다. 처방약과 어린이 용품, 여권 등 여행 관련 서류는 투명 비닐에 담아 가도록 했다. 카리브해에서 휴가 중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사건 개요를 전화로 설명했다.

미국도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에 대한 경계 수준을 최고 수준인 '적색' 등급으로 올렸다. 국내선과 모든 미국행 국제선에 대해서도 적색보다 한 단계 아래인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음료와 치약.화장품.헤어젤.로션 등 모든 액체 물품의 기내 반입도 막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보안당국도 미국발 및 미국행 항공기에 대해 각종 액체류와 젤류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도 금지 대상이다.

한편 요르단 수도 암만을 출발해 카타르 수도 도하로 향하던 카타르항공 소속 여객기가 한 승객이 조종실로 진입하려는 소동 때문에 암만으로 긴급 회항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국적 불명의 한 남성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조종실로 달려가다가 승객들에 의해 저지됐다"고 밝혔다.

한경환.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