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브라질협회장, 둥가 감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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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대표팀 감독이라도 비난받을 것이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독일 월드컵 8강에서 탈락한 이후 대표팀 주장 출신 둥가(42.사진)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깊게 들어간 눈과 강한 얼굴선을 가진 둥가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카리스마 있는 '캡틴'으로 알려져 있다. 협회는 "선수들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축구 개혁을 이끌어가기 위해" 둥가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도자 경험이 거의 없는 둥가의 감독 취임 후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게다가 둥가 감독이 호나우두.호나우지뉴.카카.아드리아누 등 '마법의 4중주'를 모두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새 얼굴들을 대거 발탁하자 "경험 없는 감독이 경험 없는 선수로 브라질 축구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비난의 수위가 올라가자 히카르두 테이셰이라 축구협회장이 나섰다. 그는 "대표팀 감독은 예수가 맡아도 비난받는 자리"라며 "둥가 감독이 사라진 승부 의지를 되살릴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감독을 옹호했다. 브라질은 국민의 80%가 가톨릭 신자다. 개신교 신자까지 합하면 90%가 넘는다. 해안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굽어보는 38m 높이의 거대한 예수상은 브라질에서 예수의 위상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나라에서 협회장이 나서 예수를 거론하며 감독을 옹호한 것이다.

브라질 축구는 낭만적이다. 선수들은 절박한 승부의 순간에도 화려한 발재간을 숨기지 않는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은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서너 명의 공격수를 전면에 배치하는 '낭만적 전략'을 구사했고, 결국 8강에서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프랑스에 무너졌다.

둥가 감독은 취임 직후 "공격 위주의 4-2-4 전법은 더 이상 없다. 기교를 위한 기교는 인정하지 않겠다"며 "명성만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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