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아직도 수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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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40기KT배왕위전'

<도전 5번기 제2국>
○ . 도전자 이영구 5단  ● . 왕 위 이창호 9단

제6보(69 ~ 82)=백에게 비관적인 해설들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가 이창호 9단임을 감안할 때 이 바둑은 이미 희망이 없다고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불리하기에 이 난리일까. 반면 10집 정도라고 한다. 덤을 제하면 3집반. 고작 3집반이다.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판의 관상을 볼 때 변화의 여지가 있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죠."(김성룡 9단)

이 판은 이창호 9단이 자물쇠를 꼭꼭 닫고 있어서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변화를 내봐야 한두 집 얻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창호 9단이 73을 두자 서봉수 9단이 "역시 그곳인가"하며 혀를 찬다. 백A로 가르는 수가 거슬렸던 곳. 그러나 이렇게까지 튼튼하게 둘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곳. 그래서 프로들도 '안 둔다'는 쪽과 '이창호는 둔다'는 두 편으로 갈렸었다.

한데 73, 75가 놓였음에도 귀에 수가 있다는 것이 17세 신예 강동윤 4단에 의해 밝혀졌다. 바로 '참고도 1'의 백 1로 삼삼에 들어간 다음 5로 두는 수. 6으로 궁도를 좁히면 잡히는 것 아닌가. 아니다. '참고도 2'에서 보듯 5로 젖혀 9의 약점을 노리는 수가 있다. 변화는 많지만 백이 악착같이 버티면 흑도 깨끗이 해결할 수는 없다. 하수를 괴롭히는 삼삼의 급소는 고수에게도 피곤한 자리다. 그런데 이영구는 귀에 더 이상 수가 없다고 보고 80을 선수해 버렸다. 순간 흑의 안정세를 흔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82는 흑B를 막은 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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