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당)아파트 "개성 경쟁" 시대 막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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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성냥갑 같은 서울의 아파트와는 달리 건설 업체 또는 평형에 따라 외형·내부 구조를 각각 다르게 지어 아파트 개성 시대를 연다.
아파트 주문 생산제가 처음 도입되고 3O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도 등장한다.
이에 따라 분당의 얼굴이랄 수 있는 시범 단지 건설 참여 업체들은 품질 경쟁을 벌이며 나름대로 특징 있는 상품을 개발,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 백화점을 모델 하우스 오픈 때 선보인다.
◇내부 구조=거실과 방, 방과 방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조절벽과 방마다 장농을 대신할 수 있는 붙박이 벽장 또는 다락방 형태의 반침을 설치한 것이 특징중의 하나.
56평형 이상은 거실·식당·주방을 각각 분리해 벽을 설치하는 분리형으로 짓고, 화장실 용기·욕조·벽지 등 내부 마감재·장식장 등 가구·전등·싱크대 등을 입주 마음대로 선택해 주문 설치할 수 있는 주문 생산제도 도입했다.
주부·어린이들의 활동 공간을 넓히기 위해 방수를 줄인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대개 50평형에는 방 5개, 60평형은 6개씩 넣던 일률적 방식에서 벗어나 방을 1∼2개씩 줄였다.
난방 시설은 24시간 연속 난방을 하되 단지·동뿐 아니라 가구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분당에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참여 업체 중 현대 산업 개발의 경우 평형에 관계없이 거실 옆에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방을 만들면서 벽을 석고보드로 설치, 거실을 넓히고 싶을 때는 벽을 떼어낼 수 있도록 했다.
한신 공영과 공동 참여한 삼성 종합 건설은 이 같은 조절벽 외에도 35∼45평형 중형에는 방 또는 거실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확장형을 도입, 입주 전 신청을 받아 시공해 준다.
시범단지 참여 업체 중 유일하게 임대 아파트 건설을 맡은 ㈜한양은 실내 미관과 실용적 기능성을 살리는데 최대로 신경을 기울여 방문을 아치형으로 꾸며 실내공간의 미적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이와 함께 난방·조명·가스레인지·세탁기·창문이나 커튼 여닫이 등을 시간에 맞춰, 또는 원거리 조정을 할 수 있는 홈 오토메이션도 입주자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제를 적용키로 했다.
◇외부=공통적으로 16층 이상 일부 아파트 꼭대기 층에는 미술·음악인 등 전문인을 위한 경사 지붕식 복층 아파트를 지어 공간 효용성과 아파트 외관을 함께 살린다.
또 단지 내 주차난에 대비, 주차장을 1가구에 최소한 1대 이상이 되도록 설계했다.
특히 25층짜리 상계 주공 아파트를 지어 국내 최초로 초고층 아파트 시대를 연 우성건설은 분당에서도 내심 이 분야에 승부를 걸고 있는 듯한 눈치.
53,63,73평형의 경우1개층에 2가구만을 양쪽으로 배치한 타워형 3O층 고층아파트를 야심작으로 내놓고 있다.
직사각형 아파트도 줄을 세우듯 나란히 짓지 않고 엇갈려 지어 하루종일 햇빛이 들게 하고, 초고층 아파트는 이사 때의 위험성을 감안, 외부 곤돌라 대신 사람·물건 운반 겸용 대·소형 승강기 1대씩을 동마다 설치, 초고층 시대의 생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시범단지 참여 5개 업체는 모두 『정부 고시 아파트 건축비가 낮게 산정돼 주공 아파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 값 싼 자재를 사용할 경우 60∼70평형 등 대형아파트가 기대에 못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실제 우성 건설은 25일 문을 여는 모델 하우스에 가격이 맞지 않아 없애기로 한 홈바를 그대로 설치하는가 하면 한양도 창문틀을 고급 플래스틱 제품으로 사용키로 했다가 값이 3%낮은 얄루미늄 새시로 바꾸었을 정도다. <김기평·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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