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판권 '집안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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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홍콩의 전설적인 무술영화 스타 리샤오룽(李小龍.브루스 리.사진)이 출연한 영화 등 작품의 저작권을 놓고 그의 동생과 딸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합의가 안 되면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싸움은 남동생인 로버트 리(李振輝)가 최근 리샤오룽 일대기를 그린 영화 제작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형의 전기를 써왔으며 11월 이를 정식 출판할 예정이다. 로버트 리는 자신이 쓴 전기를 바탕으로 중국의 영화제작사인 JA미디어와 리샤오룽 일대기 영화제작을 추진 중이다. 아직 리샤오룽 역을 맡을 주연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제작비만 1억 위안(약 120억원)이 투입될 대작이 될 것이라는 게 JA 측 설명이다.

리샤오룽의 친딸인 섀넌 리(李香凝)는 이 소식을 듣고 발끈했다. 그는 7일 "삼촌이 어머니와 나의 허락도 없이 아버지 관련 작품 판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는 아버지의 법적 상속인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섀넌은 삼촌 로버트가 중국대륙에서 아버지 유작이나 이름을 빌려 각종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자신과 어머니 허락없이 한 일이라며 즉각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1일 섀넌은 어머니 린다 리와 함께 홍콩에 '콩코드 문(Concord Moon)'이라는 리샤오룽 유작 판권 관리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곧 베이징(北京)에도 판권관리회사를 설립해 아버지 관련 작품의 판권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로버트도 강경하다. 그는 최근 "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관련 자료를 찾아 전기를 거의 완성했는데 지금 와서 판권 운운하며 영화 제작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영화 제작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973년 영화 '사망유희(死亡遊戱)' 촬영 도중 급사한 리샤오룽은 생전에 5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 중 '정무문(精武門)' 등 4편은 홍콩의 포춘스타가, '용쟁호투(龍爭虎鬪)'는 미국의 워너브러더스가 판권을 각각 갖고 있다. 그러나 리샤오룽 사후 그의 영화나 전기 등의 판권은 유산상속자인 딸과 부인이 보유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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