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中國이 푸는 환율 방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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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환율문제에 대한 나의 뜻을 명확하게 밝히고자 한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인 5천5백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낼 상황이다. 적자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GDP의 1%포인트 정도씩 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순(純)대외부채는 현재 3조달러에 육박하며, 매년 20%씩 불어나고 있다. 경상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은 휴무일을 제외하고 매일 40억달러의 해외자본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수 없다. 첫째, 달러의 과대평가와 대외적자 누적에 요즘 같은 고실업이 겹치면 미국은 보호무역정책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달러는 결국 급락할 것이며,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미국이 경상 적자를 현 수준의 절반인 연간 2천5백억달러(GDP의 2.5%) 정도로 줄이면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을 30~35%로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평균 달러가치가 전고점인 2002년 초 수준보다 30% 낮아져야 한다.

달러는 지난 1년6개월간 점진적으로 10%가량 하락했지만 다른 통화에 비해 평균 20% 더 하락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역 비중을 고려하면 불균형이 심하다. 달러는 유로화에 비해 40%, 캐나다 달러에 비해 20% 하락했다. 그러나 엔화와 원화에 대해선 고작 10~15% 하락했다. 달러에 페그된 위안화에 대해선 전혀 하락하지 않았다.

달러 가치 조정에는 아시아 통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아시아 경제대국들은 지난 몇년간 많은 경상 흑자를 냈고, 이에 따른 외환보유액도 엄청나다. 이들 국가는 모두 자국 통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많이 개입했다.

환율 방정식의 핵심은 중국이다. 달러에 페그된 덕분에 위안화는 달러 하락에 무임승차했으며, 이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 한국 등이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꺼리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위안화에 대해서도 동시에 평가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소 계산에 따르면 20~25%의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약간의 적자로 돌려놓겠지만 이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 등으로 금방 메워질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단숨에 단행하는 한편,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하고, 유로화와 엔화를 포함한 복수 통화 페그제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등을 감안할 때 이렇게 하는 게 변동환율제나 자본시장 개방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바람직하다.

위안화가 20~25% 정도 절상되면 한국.대만 등이 시장의 힘에 따라 10~15%의 통화 절상을 받아들이는 건설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일본의 막대한 경상 흑자와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엔화는 원화와 대만달러보다 더 올라야 한다. 따라서 원화는 엔화에 비해 가치가 하락할 수 있으며, 실효환율 기준으로는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조정은 미국 경상 적자를 5백억달러 정도 줄이고, 중국의 경상수지를 3백억~4백억달러 끌어내릴 것이다. 유로화와 캐나다달러 등 다른 통화의 평가절상으로 나머지 적자 폭은 메워질 수 있다.

한국은 이 같은 환율 조정 패키지의 주된 이해당사국이다. 한국은 중국, 나아가 일본에 대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의 보호무역 압력을 덜 수 있으며, 원화의 갑작스러운 평가절상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
정리=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