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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상관없다"는 北, '축소 훈련' 반응은? 선전매체 “엄중 난관”

중앙일보

입력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한ㆍ미가 사실상 참여 인원만 줄인 채 후반기 연합지휘소연습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ㆍ미, 병력만 줄여 진행할 듯 # 통일신보 “한반도 긴장 격화” # ‘강 대 강’ 北, 고강도 도발시 # 美 대북 관여 정책 수정할 수도 # 한ㆍ미 “대복 인도적 협력 논의” # 도발 않도록 지속적 대북 메시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며 축소된 형태의 훈련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ㆍ미가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병력을 축소한 형태로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란 소식이 국내 매체들에 전해진 6일 이후 북한 당 차원의 공시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신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가 8일 “남조선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과 무력 증강소동은 조선 반도(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전쟁 위험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보도했다. 또 “남조선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 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위험이 조성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 통일운동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곤 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연합뉴스

앞서 북한 외무성은 7일 중국의 입을 빌려 연합훈련을 비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전날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ㆍ미)합동군사연습이 현 정세 하에서 건설적인 측면이 부족하다”고 발언한 것을 소개하면서다. 외무성은 왕 위원이 “미국이 진정으로 조선(북한)과의 대화 회복을 바란다면 정세 긴장 격화를 초래할 수 있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ㆍ미가 16일 예정대로 연합훈련을 진행할 경우 북한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수위를 놓고선 북한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강 대 강 원칙’에 따라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후폭풍이 더 클 수 있다.
우선 조건 없이 대화하자며 손 내밀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압박과 제재 위주의 강경책으로 급전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를 탐색해볼 기회조차 잃게 될 수 있다.

미ㆍ중 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등을 감행할 경우 중국 역시 북한을 감싸고 돌기만은 힘들어진다.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북한으로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만 앞서 지난 3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지만, 추가 제재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이 미국 대신 한국을 노린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나 지난달 27일 복원된 통신선과 관련해 다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합훈련 이후에도 큰 긴장 조성 국면 없이 넘어갈 경우 오히려 대화의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이 자발적 고립을 일부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통화를 통해 대북 인도적 협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정박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간 국장급 협의에서도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국장급 협의가 제재 면제 등을 논의해온 기존의 한ㆍ미 워킹그룹 기능을 사실상 대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관련 사항 등이 협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ㆍ미가 함께 북한이 도발 국면으로 전환하지 않도록 인도적 관여에 열려 있다는 대북 신호를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특히 함경도 수해로 북한은 비상이 걸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지시에 따라 8월 5일 함경남도 당군사위원회확대회의가 소집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정남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가 당 중앙위의 “공병부대들로 피해지역의 파괴된 도로들을 시급히 복구하며 도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들을 함경남도당 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동원시켜 도의 역량과 협동 밑에 피해복구를 다그쳐 끝낼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

수해 상황을 보고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피해 복구용 주요 자재를 국가 예비분에서 해제하여 긴급 보장할 것”과 “중앙에서 재정 물질적으로 함경남도 피해복구사업을 강력히 지원할 것”을 명령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도당 군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도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한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동부에서 홍수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 당국과 접촉 중이며 수재민의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U 인도주의지원국도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서면으로 “북한 일부 지역의 가뭄과 대규모 홍수의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식량부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국경 폐쇄조치가 완화할 경우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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