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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車담] 자영업자 줄었는데 왜···그랜저보다 더 팔린 '포터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발’ 포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2017년부터 국내 판매 1위를 굳건히 지켜온 그랜저를 제치고 1t 트럭 포터가 7월 판매 1위에 올랐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포터는 지난달 국내에서 8804대 팔렸다. 소형트럭인 포터의 판매는 ‘포터지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과정에 ‘판매 증가=경기 악화’라는 공식도 만들어졌다. 실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때와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 판매가 각각 29%, 14% 증가했다. 대량 실직으로 인해 소규모 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 소형 전기트럭 '포터2 일렉트릭'. 뉴스1

현대차 소형 전기트럭 '포터2 일렉트릭'. 뉴스1

코로나19에 자영업 위축 

최근의 포터 판매 증가를 기존의 포터지수처럼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자영업자는 55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763만7000명)의 20.19%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있는 1982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5.6%(430만명)였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영업 하기가 어려워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6월 0.5% 늘긴 했지만 전체 취업자 증가율 2.2%와 차이가 난다.

포터2 일렉트릭 특장차들. 왼쪽부터 윙바디, 파워게이트, 내장탑차(일반). 연합뉴스

포터2 일렉트릭 특장차들. 왼쪽부터 윙바디, 파워게이트, 내장탑차(일반). 연합뉴스

'포터지수'는 옛말

포터는 ‘포터 지수’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9만5194대로 그랜저에 이어  2위를 기록하더니 1∼7월 6만915대가 팔리면서 1위로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그랜저를 생산하는 충남 아산공장의 가동 일수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포터를 찾는 소비자가 꾸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인 ‘포터2 일렉트릭’(포터EV)의 선전이 돋보인다. 2019년 12월 출시돼 지난해 9037대가 팔렸고, 올해 들어 7월까지 9962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7.7% 증가하면서 전기차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8628대), 테슬라의 모델3(6292대) 및 모델Y(5321대)를 모두 제쳤다.

아이오닉·모델3 모두 제쳐

포터EV는 트림에 따라 4060만~4274만원으로 디젤차량(1694만~2276만원)보다 2000만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최대 2400만원을 지원받는다. 오히려 디젤차량보다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유지비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녔다. 현대차의 측정에 따르면 8.9~9.9㎞/L인 디젤 모델과 3.1㎞/KWh인 전기차 모델을 1만5000km 주행거리 기준으로 비교하면 1년에 약 70만원을 아낄 수 있다. 현대차 측은 “디젤 모델의 3분의 2정도 유지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새로 창업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백화점,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물류대행사 팀프레시와 함께 포터2 일렉트릭 기반의 배송 서비스를 10월까지 시범 운영하고 있다. 뉴스1

현대차그룹이 현대백화점,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물류대행사 팀프레시와 함께 포터2 일렉트릭 기반의 배송 서비스를 10월까지 시범 운영하고 있다. 뉴스1

전기트럭으로 전환하는 물류회사들 

택배 등 물류업체들도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가 2023년 4월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경유를 쓰는 소형 택배화물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SSG닷컴은 포터EV를 도입하고 있다. 한번 충전으로 211km를 갈 수 있어 지역 내 소형 화물 운송에 적합하다. 지난 5월 SK네트웍스, 현대글로비스 등 다른 물류업체들도 2030년까지 차량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수요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포터는 1977년생이다. 전신이 ‘HD-1000’ 트럭인데 81년 정부의 자동차 산업 합리화 조치로 생산 중단됐다. 이후 87년 짐꾼이라는 이름의 포터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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