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국민 고통에 소금 뿌리는 임대차법 자화자찬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24 00:21

업데이트 2021.07.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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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30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패한 정책을 성공했다고 우기는 문재인 정부의 현실 호도는 끝이 없는 건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알바 등 취약계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서도 소득주도 성장이 성과를 거뒀다는 궤변은 예고편이었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전력예비율이 불안해지자 갑자기 원전 가동을 늘리면서도 탈원전과는 무관하다고 우긴다. 이런 현실 호도의 결정판은 부동산 정책 자화자찬이다. 유례없는 반(反)시장 정책으로 전국 집값을 폭등시킨 데 이어 전·월세까지 불안하게 만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정책 책임자들은 ‘성과 분식(粉飾)’에 여념이 없다.

107주째 전세대란…정부, 정책 성과 자랑
무주택 서민은 출퇴근 먼 곳으로 밀려나
지금이라도 반시장 정책 멈춰 실패 막아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 대통령 가까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못지않게 책임이 크다. 수요와 공급 흐름을 거스르며 강화된 분양 및 재건축 규제부터 급격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에 이르기까지 한두 달이 멀다고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올 때 홍 부총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사표 소동을 거듭했지만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 타이틀을 기록했다. 실패로 드러난 현 정부의 부동산 실무 정책이 그를 통해 현실화했다. 그 안에는 전세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임대차 3법도 들어가 있다.

홍 부총리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임대차 3법이 마치 부동산 시장에 큰 안정을 가져온 것처럼 말했다.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57.2%에서 77.7%로 높아졌다”면서다. 홍 부총리의 자화자찬과 달리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 강행 이후 국민 고통은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주까지 107주 연속 오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이 고통을 웅변하고 있다.

어렵사리 전세 계약을 갱신했더라도 2년 뒤 전셋값 대폭 인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신규로 전세를 구한 세입자는 이미 한꺼번에 4년 치 인상분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인데도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 나는 시장 왜곡이 만연하고 있다. 경제력이 취약한 무주택 서민과 젊은 층은 그나마도 구할 수 없어 출퇴근 거리가 먼 곳으로 끝없이 밀려나고 있다. 이런 전세 난민을 양산한 것이 이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고 임대차 3법이다.

국민은 치솟은 전셋값에 절망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2.23% 올랐다. 직전 1년(2019년 6월~2020년 6월) 전셋값 상승률(1.29%)의 10배에 달한다. 서울 시내 2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는 최근 1년 사이 전세 실거래가(전용 84㎡ 최고가 기준)가 50% 이상 급등한 단지가 속출했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은 지난해 4월 4억5000만원에서 올해 2월 9억3000만원으로 전셋값이 ‘더블’로 뛰었다. 서울 강북에서도 60~70% 뛴 곳이 속출했고, 세종시(31.14%)와 울산(12.96%) 등 지방에서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와중에 임대차 갱신율 통계만 내세워 정책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건 국민 고통에 소금을 뿌리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을 농락할 시간이 있으면 이제라도 비현실적인 규제를 고쳐야 한다.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 철회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택 투기를 막는다면서 조합원의 분양권 취득 요건에 ‘실거주 2년’을 추가한 억지 규제(지난해 6·17 대책)를 없애자, 일주일 만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이 120% 늘어나고 호가도 1억원가량 내렸다고 한다. 전세금만 올려 세입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관련 법 개정 막판에 해당 규제를 백지화한 효과가 나타나면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책 책임자의 사명감이 있다면 즉각 반시장 정책을 멈추고 시장 정상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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