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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도 번트? 김경문호, 철저한 '1점 승부' 대비

중앙일보

입력

김경문 감독이 박빙 승부를 대비 한다. [IS포토]

김경문 감독이 박빙 승부를 대비 한다. [IS포토]

'4번 타자'도 번트를 댈 수 있다. 김경문호가 철저하게 박빙 승부를 대비한다.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의 첫 공식 훈련이 진행된 17일 고척 스카이돔. 이색적인 장면이 있었다. KBO리그 전반기 타격 1~3위에 오른 강백호(0.395), 양의지(0.348), 이정후(0.345)가 나란히 강도 높은 번트 훈련을 소화했다.

타자는 보통 프리배팅을 하기 직전에 잠시 배팅볼 머신을 거친다. 나오는 공 2~3개 정도를 번트 타구로 만들며 배트의 감각을 확인한다. 그마저도 모션만 취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날 대표팀 주축 타자들은 마치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번트를 댔다. 김종국 대표팀 코치는 타자들에게 가상 주자를 설정해주고, 상황에 맞는 번트 동작과 타이밍에 대해 지도하기도 했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최근 4시즌(2018~2021) 동안 희생 번트 기록이 없는 김현수와 오재일에게도 "(너희 타석에) 스퀴즈(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득점을 위해 번트를 대는 작전) 번트 지시가 나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고. 현재 야구 대표팀은 번트에 진지하다.

김경문 감독은 이에 대해 "(안타나 홈런을) 쳐서 이기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번트 작전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번트 수행이 익숙하지 않은 타자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스퀴즈 작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NC 사령탑이었던 2015년 10월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1-1로 맞선 8회 말 스퀴즈 작전을 펼쳐 2-1 역전승을 이끈 바 있다. 단기전에서 1득점이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타자 성향에 구애받지 않을 생각이다.

김경문 감독은 선취점도 강조했다. 주전 2루수 후보인 김혜성을 언급하며 "베이스 러닝을 잘하는 선수가 선취점을 뽑는 데 중요할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도쿄올림픽 대표팀은 투수진보다 타선 전력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령탑은 박빙 양상으로 전개될 승부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며, 단 1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방심을 지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7년 3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1차전에서 이스라엘에 1-2로 석패했다. 이대호, 김태균, 손아섭 등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나섰지만 1득점에 그쳤다. 그마저도 볼넷과 사구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고척 참사'로 불린 이 패전 뒤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도 0-5로 패했고, 결승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조별 예선 1차전 상대도 이스라엘이다. 투수진 전력이 나쁘지 않다는 전력 분석팀의 보고가 있었다. 생소한 투수에 고전하고,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심적 압박이 커진다. 4년 전에도 그렇게 패했다. 김경문 감독은 기본기, 1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수단 멘털까지 다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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