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통일 논쟁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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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경원 의원·문익환 목사 등 잇따른 밀입북사건의 마무리를 하게될 임수경 양(21)과 문규현 신부(40)에 대한 첫 공판이 구속 85일 만인 13일 오전 열렸다.
임양 신분이 학생인데다 문 신부와 병합심리가 되기 때문에 많은 방청객이 몰려 극심한 소란이 우려되는 임양 재판은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 심리 못지 않게 법정질서 유지 등 재판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임양과 문 신부는 한결같이 밀입북동기를 「통일열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7·7선언」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함께 법정에서는 통일논쟁이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밀입북 배후로 알려진 전대협 임종석 의장·전문환평축준비위원장 등이 검거되지 않아 재판진행과정에서 임양 사건전모를 밝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양은 국가보안법상의 지령수수 잠입탈출, 찬양·고무, 회합·통신, 자진지원 군사상 이익공여, 이적단체가입죄 등이 적용돼 지난달 7일 구속 기소됐으며 법정 최고형량은 사형이다.
이 가운데 회합·통신부분은 검찰과 피고인측간에 다툼의 여지가 없으나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법리구성요건상 시각차가 클 것으로 보여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령수수 잠입탈출은 「반국가 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해 범행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임양이 과연 북한의 사주에 따라 밀입북을 감행하고 국내에 되돌아왔는지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재유럽민족민주운동협의회(유럽민협)와 재미한국청년연합(한경련) 관계자 등 임양 밀입북과정에 관여한 교포들을 북한의 지령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북한이 지난해말 전대협을 평양축전에 초청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지령으로 보고있다.
또 임양이 평양에 있을 때 조선학생위원회위원장 김창용이 ▲전대협이 국제학생동맹에 가입하도록 하라 ▲남북학생회담 성사를 위해 계속투쟁, 매년 정기적으로 체육대회·수학여행·학생회담 등 교류를 추진하라고 말한 것이 임양 귀환 후 활동을 지령한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임양이 통일을 염원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평축에 참가했으며 변호인 면담 등을 통해 『북한체제를 비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 잠입탈출은 모르지만 지령에 의한 밀입북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변호인들은 전대협·유럽민협 등이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임양의 북한내 활동을 녹화한 일본 TV프로에 대한 검증요청도 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북한체재 중 대학가실태와 학생운동권의 활동상황을 자진 보고했다는 이유로 적용된 자진지원 군사상 이익공여죄는 구속할 때 적용했던 형법상 일반 이적죄를 기소단계에서 변경한 것이어서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게될지 주목거리다.
이와는 별도로 임양과 문 신부가 각각 전대협·정의구현사제단이란 단체의 뒷받침을 받고있어 13일 첫 공판에서 보인 것 같은 재판진행상의 어려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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