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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 “영업이익을 모두 탄소국경세로 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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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럽연합(EU)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시행 법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모두 탄소국경세로 납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는 시행 법안에서 탄소국경세를 2026년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혀 특히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또 EU는 2035년부터 사실상 휘발유·디젤차를 팔지 못하게 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탄소세, t당 8만6000원 안팎 예상 #“EU 회원국 사이 이해관계 달라 #정부 협상 따라 피해 줄일 수도”

EU의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인 국내 기업들은 15일 “예상은 했지만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어 감내해야 할 영업손실을 추산해 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EU는 이번에 탄소세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제안한 2030년부터 t당 75달러(약 8만6000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최근 EY한영이 발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철강 EU 수출액은 약 3조3000억원(2019년)인데, 2030년부터 약 4000억원을 탄소국경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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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기업은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쇳물을 만드는 현재의 고로를 가동한 지 40~50년 됐고, 현대제철은 10년 정도 사용했다. 100년 정도의 사용 연한이 거의 찬 주요 유럽 기업의 상황과 다르다.

업계는 정부의 협상력에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에 따라 각 기업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은 “EU 회원국 간 이견도 있고 산업군과 지역에 따라 EU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향후 한국 정부의 EU 설득 과정에서 국내 산업의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EU 집행위가 탄소국경세와 함께 EU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디젤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EU 집행위는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탄소 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유럽 등 각국의 탄소 규제에 맞춰 사업 계획을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전기차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를 전기차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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