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동서독 그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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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세기 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동유럽 사회주의 블록을 휩쓸고 있는 거센 민주화 바람은 동유럽국가 중 가장 보수적인 동독의 사회주의체제를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동서냉전의 상징이자 독일을 동서로 분단하고 있는 인위적 장벽인 베를린장벽을 붕괴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61년8월 동독정부가 「자본주의 파시즘의 침투를 막는 사회주의의 보루」로서 설치한 1백56km길이의 베를린장벽은 그 동안 자유를 찾으려는 동독인 들에겐 눈물과 원한의 장벽으로 숱한 슬픈 사연이 깃들여있다.
지난 28년간 베를린장벽을 넘어 자유를 찾은 사람은 4천 여명에 이르며 장벽을 넘다가 실패, 불귀의 객이 된 사람 수는 79명에 달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초부터 시작된 헝가리·폴란드·체코를 경유한 동독인 들의 대규모 탈출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동독정부의 국외여행자유화조치는 한마디로 동독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항복선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상과 정치의 질곡이 만든 불 합리의 상징인 인위적 장벽은 인민의 거대한 힘 앞에서 드디어 무릎을 꿇고 스스로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편집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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